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소설가 꿈꿨던 성호에게 아빠가
아들 성호에게.
보고 싶다. 울 아들. 네가 떠나고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네게 편지를 쓰게 되어 미안하다. 차마 쓸 수가 없었다. 편지를 쓰려고 몇 번이나 했는데 그것조차 고통이었다. 그때의 네 생각이 나서, 너의 고통이 떠오를 때마다 견딜 수 없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보고 싶다. 내 아들 성호야. 그리고 사랑한다. 네게 너무나 인색했던 말이었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엄하기만 하던 이 아빠는 왜 그 말을 자주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만 계속하고 있다. 사랑한다. 보고 싶은 우리 성호. 너에게 보여줄 세상이 너무나 넓은데 이제 보여줄 수 없구나. 너와 함께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데 이젠 같이 할 수 없구나.
너와 너의 엄마에게 좋은 아빠와 훌륭한 남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 게 그런 아빠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만 살아왔던 것 같아. 네 엄마가 늘 너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라고 할 때마다 너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야단만 치는 엄한 아빠의 모습으로만 보여졌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의 아빠를 너는 원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너의 의견을 누르고 나의 생각만을 강요하며, 억누르는 아빠였던 것 같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6개월이 지나서면서 남겨진 너의 흔적을 찾아낼 때마다 너의 엄마는, 그리고 나는 너무나 네가 보고 싶다. 그리고 네가 지금 엄마, 아빠 곁에 있다는 걸 믿는다. 4월16일에 네가 살려달라고 외치던 글도 보았고 친구들과 부디 살아서 만나자고 서로를 위로한 글도 보았다. 엄마에게 “걱정마세요. 살아서 갈게요”라고 위로했던 글도 보았다. 복원된 CCTV를 통해 복도를 거닐던 너의 모습도 어제 보았다.
보고 싶다. 우리아들 성호. 그냥 그것뿐이다. 널 보고 싶을 뿐이고. 널 만져보고 싶을 뿐이다. 그냥, 그것뿐이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성호.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그리고 성호야. 엄마는 걱정하지마. 수학여행 가기 전날 엄마 안아주면서 혼자 있을 엄마 걱정에 밥 안먹고 굶고 있을까봐 걱정했다는거 엄마한테 들었다. 그말 하면서 엄마가 많이 울었다. 성호 대신 아빠가 엄마랑 계속 같이 있어 줄께. 걱정하지말고 친구랑 즐겁게 노렴. 편하게 쉬기를 바래.
최성호군은
연재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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