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과 경찰에 사건 청탁을 해왔다고 주장해, 검찰이 이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벌여 이른바 ‘로비리스트’를 확보했다.
전주지검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아무개(47)씨가 지난 8월 자신의 사건을 청탁하는 대가로 검찰과 경찰, 변호사 등 20여명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일 서씨가 복역 중인 교도소와 서씨 여자친구의 집을 압수수색해 로비리스트를 확보했다.
서씨는 올해 초 전북 전주의 한 금융기관 직원 양아무개씨로부터 ‘중국에 투자한 40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 당했다’는 말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겠다며 양씨한테서 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서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재수사에 나서 지난 5월 서씨를 구속했다. 서씨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동안 검경에 사건을 청탁한 로비리스트가 있다고 검찰에 밝히고 명단 제출은 거부했다.
로비리스트는 장부에 적혀 있지는 않고, 서씨가 교도소에서 편지지에 작성해 여자친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에 있는 명단은 검사 3명, 검찰 수사관 등 직원 9명, 경찰 7명, 변호사 4명 등 모두 2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향응 제공 등의 일시, 장소, 이름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부 이름도 틀려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보강수사가 필요하다. 사건 청탁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변호사 4명은 명예훼손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서씨를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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