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들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살 공통 교육과정) 예산 중 2~3개월분을 편성하기로 하면서, 중앙정부와 일선 교육청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재원에 대한 정부의 근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 몇개월 뒤 예산이 바닥나면 ‘보육대란’ 우려는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일차적인 해법은 나라의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2015년도 누리과정 사업, 차질 없이 시행 가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시·도교육청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힘들겠지만, 세수가 정상화되면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도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 근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기계획’이었다. 기재부는 이 자료에서 2014~2018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연 6.3%씩 증가하리라 전망했다. 기재부 전망대로라면 2015년 교부금은 39조5000억원 수준이나 2016년엔 45조5000억원, 2017년엔 48조6000억원, 2018년엔 52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교육청이 일단 빚을 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교부금이 해마다 3조원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이 돈으로 빚을 갚으면 된다는 얘기다.
기재부 주장은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2011년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기재부의 잘못된 전망에 근거해 “내년부터 교부금이 3조원씩 증가해 교육청은 추가 부담 없이 충분히 누리과정 예산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2013년 3조원, 2014년 3조9000억원 늘어나리라 전망했던 교부금은 지난해 1조6000억원, 올해 1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2013년도 세수결손에 따른 정산분을 토해내고 나면 내년 교부금은 오히려 올해보다 1조3500억원가량 줄어든다.
누구나 경제 회복과 세수 확대를 바라지만 아무도 이를 장담할 수 없다. 예산 당국이 과거 장밋빛 전망으로 지금의 누리과정 혼란을 초래했다면, 이제라도 국고 지원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 인상 등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닐까.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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