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을 찍혔는데 찾아서 삭제할 수 있을까요? 올린 사람 아이디밖에 몰라요. 가능할까요?” “중학생 딸이 자기 몸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됐습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돼서 주변 사람들이 보게 됐습니다.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사람들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디지털 흔적’들을 찾아서 없애주는 한 대행업체에 들어온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사연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올린 ‘어린 시절’ 글과 사진들이 인터넷과 에스엔에스를 통해 퍼지면 눈앞이 캄캄해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역습’에 맞닥뜨린 이들의 심정은 절박하다.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쓰는 이들도 생겨났다. 지난 4일에는 한 대학생이 ‘몸캠’(화상채팅을 통해 신체 사진·동영상을 찍는 것) 유출 협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디지털 흔적 삭제 대행업체 ㅅ사는 삭제 요청이 들어온 ‘흔적’들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찾아내고, 그래도 남는 흔적들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찾아낸다고 한다. 국내 포털사이트 업체 등에 삭제 요청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피해 구제 제도를 이용하거나 법적 대응을 한다. 업체 약관 등에 따라 삭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에스엔에스에서 공유된 디지털 흔적도 완벽한 삭제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제 절차와 다른 점은 디지털 흔적의 위치와 내용을 신청자가 특정하지 않아도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관련 흔적들을 찾아내 삭제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외국에 서버가 있는 업체들에 대한 삭제 작업도 대행하고 있다.
ㅅ사는 전체 의뢰 건수 중 청소년 비율이 60%에 이른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삭제 요청 유형으로는 사진·동영상 유출 관련이 40%로 가장 많다. 사생활 유출(20%), 정치적 발언(20%), 욕설(5%), 학교 문제(5%)도 많다. ㅅ사 김호진 대표는 10일 “‘너만 보라’고 전해주는 사진과 동영상이 반나절이면 학교 전체에 돌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의 ‘왕따’ 소문을 인터넷에서 지워 달라거나, 온라인게임 게시판에 함부로 쓴 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이 업체는 청소년들의 삭제 요청은 무료로 받아준다.
청소년 시절 ‘한 번의 실수’는 복제와 공유를 거듭하는 온라인의 특성상 ‘영원히’ 따라붙을 수 있다. 최근 경찰이 에스엔에스 등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포한 117명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 43명이 초중고생이었다. 대부분 자신의 신체를 찍어 올린 이들이다.(
▶ 중3의 ‘섹드립’ 사진 온라인에 평생 남아)
다른 디지털 흔적 삭제 대행업체인 ㅇ사에는 기업 인사평가자에게 과거 자신이 에스엔에스 등에 남긴 부적절한 내용이 들킬까봐 이를 삭제해달라는 취업준비생들의 요청이 많다. 결혼하기 전 다른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남편이나 시부모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이들도 많다. “헤어진 연인이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업체 쪽 설명이다. 피차 다른 사람과의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예비 신랑·신부가 삭제 서비스를 함께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