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간 원석에게
늘 입버릇처럼 장교가 되어 엄마를 지켜주겠다던 내 아들 원석아.
네가 15살 때였던 것 같은데 엄마와 누나들에게 세상이 험하니 호신술 배워 둬야 한다며 가르쳐 주었던 너의 모습, 주짓수를 배워 엄마와 누나를 지켜준다던 너의 말이 엄마의 귓가에 맴도는구나.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마중나와 같이 걸으며 늘 찻길은 위험하다며 엄마를 길 안쪽으로 걸으라며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걷던 길을 이젠 엄마 혼자서 걸어야 한다니 기가 막히고 원통하구나.
4월 15일 아침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올 때 귤과 초콜릿 사오고 용돈도 절약해서 엄마 가져다 드릴게요”하면서 엄마를 안아주고 갔던 네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일이 훌쩍 지났구나. 믿어지지 않는 이 현실에 엄마는 가슴이 무너지는구나. 금방이라도 “엄마 학교 끝났어요”하고 전화가 울릴 것 같아 전화를 몇 번을 열어보곤 한단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우리 아들이 착하고 착한 우리 아들 원석이가 내 곁을 떠났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구나. 그렇게도 예쁘고 착한 내 아들아. 엄마는 원석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힘이 되고 즐겁게 살고 있었는데, 우리 사랑하는 아들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그렇게 즐겁게 갔던 수학여행인데 우리 예쁜 내 아들이 차가운 시신으로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구나.
첫날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널 못 찾고 있었는데, 이미 남이 너를 데려갔더구나. 우연히 본 명단에서 25번째 다른 아이의 이름이 있던 곳이 너의 이름으로 바뀐 걸 보고 얼마나 원통하고 억장이 무너지던지.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무서움에 떨었을 널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이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널 데리고 갔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단다. 다음날이면 너를 화장한다는 소리에 이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는 거니. 너를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떠나보낸 것도 기막힌데 자기 자식도 아니면서 너를 데려 갈 수가 있는 거니. 듣기로는 DNA 검사도 세 번 모두 불일치로 나왔으면서도 이 어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너를 입관하고 장례를 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구나.
남이 너를 데려간 줄도 모르고 팽목항에서 한없이 기다렸던 이 엄마를 용서해다오. 사랑하는 내 아들 원석아 그래서인지 너의 유품은 엄마 손으로 직접 받을 수 있게 보내줘서 정말 고맙고 잘 받았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더 이상 엄마 걱정 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 아무 걱정 없이 훨훨 날아다니렴. 아직도 배 안에서 못 나온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한없이 기다리는 가족들 품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 줬음 좋겠구나. 이번 생에 못 이룬 너의 장교 꿈 그곳에서 꼭 이뤘으면 좋겠구나.
내 아들 원석아 그곳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잘 지내렴. 그리고 다음 생에도 엄마의 아들로 만나자꾸나. 그 땐 이번 생에 못해준 모든 것 다 해주고 이렇게 어이없이 널 보내지 않도록 이 엄마가 꼭 노력할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들 잘 지내고 늘 미안하고 사랑해. 많이 보고 싶고 안고 싶다. 내 사랑하는 아들 원석아.
정원석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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