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출입이 유일하게 허용된 강원 정선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새 사장에 ‘친박’ 인사인 함승희(63) 전 국회의원이 선임됐다.
강원랜드는 13일 제18차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제8대 사장에 함 전 의원을 선임했다. 강원 양양 출신인 함 사장은 사법연수원 12기로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 및 대검찰청 연구관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그는 무기 도입 부정부패인 율곡비리 사건과 동화은행 불법 정치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며 주목받았지만,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한 수사도 불사하던 ‘구시대 특수부 검사’의 전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2000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제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2007년 탈당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친박 연대’ 후보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고문변호사로 그의 이른바 ‘세계경영’을 돕기도 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아무리 ‘국가 공인 도박장’이라지만, 한때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검찰 선배가 낙하산 타고 저런 직까지 탐해야 하는 건지 여러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원랜드 노조 등 지역 사회는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됐다는 분위기다. 전임 사장 2명이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면서 강원랜드 사장 자리는 ‘선거 출마 경력 쌓기용’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조용일 강원랜드 노조위원장은 “함 사장이 ‘재직 동안에는 어떤 공직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으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사장 자리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임기 내 불출마를 약속했다. 함 사장은 ‘친박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도 “강원도 출신으로서 강원도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선/박수혁 기자,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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