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불성립” 파기 환송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을 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공기업 노조 지도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는 ‘전격성’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황재도 지부장과 최준식 부지부장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돼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노조 간부 8명의 원심도 파기했다.
이들은 2009년 11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파업 출정식’에 조합원 1200여명과 함께 참석했다. 가스공사 노조는 이어 전면파업과 순환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그로부터 두달 전 파업 찬반투표에서 92% 투표율에 85.2%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가스공사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파업의 주목적이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공기업 선진화 정책’ 반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은 정부의 산업정책 내지 가스산업 경영 주체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고, 이러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은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는 파업의 ‘전격성’과 ‘중대성’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반대하는 파업의 목적은 정당하지 않다면서도 “그렇더라도 파업으로 가스공사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될 위험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가 파업 돌입 절차를 모두 거쳤으며, 필수유지업무 대상자의 파업을 제한했고, 그 결과 실제 가스 공급이 제한된 사실도 없었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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