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변호사.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 서울경찰청에 사건 배당
‘간첩조작 의혹’ 제기 SBS 시사프로
제보자 “방송에 실명 노출 신변위협”
프로그램 피디·사건 변호인 고소
‘잇단 무죄 간첩사건 변호 타깃’ 논란
‘간첩조작 의혹’ 제기 SBS 시사프로
제보자 “방송에 실명 노출 신변위협”
프로그램 피디·사건 변호인 고소
‘잇단 무죄 간첩사건 변호 타깃’ 논란
검찰이 기소와 징계 신청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압박하는 가운데, 간첩 사건에 관한 방송을 이유로 피디와 민변 소속 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고소인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미 사문화된 형사소송법 조항을 적용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어 ‘별건수사’ 논란에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까지 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병현)는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사건 조작 의혹을 다룬 <에스비에스>(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피디와 이 사건 변호인들에 대한 고소가 접수돼 서울경찰청 보안2과에서 수사하도록 했다고 14일 밝혔다.
7월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의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 편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여성 탈북자 이아무개(39)씨를 간첩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사건 제보자 최아무개씨 실명이 적힌 국가정보원 수사보고서가 방송에 노출됐다. 최씨는 “이름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되고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담당 피디와 이씨 사건 변호인인 장경욱·박준영 변호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변호인 쪽에서 수사기록을 방송사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할 서류 등을 사건 또는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교부 또는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고소 사건을 조사하는 상황”이라며 “간첩 신고자 신원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안기관들과 갈등을 빚어온 변호사가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검찰과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직파 간첩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돼 궁지에 몰렸는데, 장 변호사는 두 사건에서 검찰과 맞섰다. 검찰은 집회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민변 변호사 5명을 최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대한변협에 징계를 신청했다. 간첩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장 변호사와 김인숙 변호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신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장 변호사 등에 대한 고소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조문은 실제 적용돼 처벌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보고 있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문화된 법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한테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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