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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업 악평 삭제’ 서비스 인기…회사 평가도 통제하나

등록 2014-11-16 20:57수정 2014-11-17 09:04

기업들 ‘잊혀질 권리’ 내세워
‘삭제 대행’ 평판 관리업체 이용해
포털 등에 쓰인 비판글 수거나서
“사주 비판글 지워달라 요구 많아”
“자본력 따라 평판도 불균형” 지적도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 인터넷상 댓글을 수집·분석·삭제하는 평판 관리 서비스입니다.”

기업들의 ‘온라인 입소문’을 관리해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나둘씩 생겨난 평판 관리 업체들은 이제 10여곳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3월 기업 등의 ‘악성 평판’을 관리하는 사이버 평판 관리자를 신직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국무회의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기업에 대한 악성 비난이나 비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련 글 삭제를 대행한다. ‘잊혀질 권리’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판 관리 업체들은 회사명을 실시간 검색해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평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은 1000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의뢰가 있을 때 단건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업체들은 ‘검색력’을 강조한다. 강력한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위치정보에 기반한 지도서비스 댓글까지 삭제할 수 있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포털사이트 등을 상대로 삭제 요청을 대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심의를 요청한다. 평판 관리를 대행하는 ㅅ사는 16일 “경쟁 업체에서 올리는 비방글이 많다. 글의 성격이 호의적인지 비방성인지 등을 분류하는 프로그램을 9억원을 들여 구입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평판 관리 업체를 앞세워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까지 통제한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연봉과 근무 환경 등에 관한 정보를 익명으로 제공하는 직장정보 사이트 ‘대나무섬’ 운영자는 “기업이나 대표이사에 대한 부정적 리뷰가 있으면 삭제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특히 기업주에 대한 글 삭제 요구가 많은데, 기업주의 위신을 더 중시하는 우리 기업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나무섬의 취지는 간단하다. 기업이 구직자의 ‘진실된 이력서’를 바탕으로 노동자를 채용할 권리가 있는 만큼, 노동자 역시 기업 정보를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나무섬 쪽은 “때로는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삭제 요구를 전방위적으로 받는다”고 털어놨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회사들이 법에 기대어 강압적으로 부정적인 글을 지워 달라고 요구할 때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보통신망법은 기업 등이 권리침해를 이유로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면 포털사이트 등은 바로 삭제하거나 최대 30일까지 게시글을 차단하는 임시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처를 취하면 법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 그만큼 운영자들은 ‘게시글 지키기’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회부돼도 삭제될 가능성 또한 높다. 지난해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받은 ‘권리침해’형 게시물 4768건 가운데 삭제·접속 차단 등의 조처를 받지 않은 경우는 1633건(34%)에 불과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시조처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갈수록 그 균형을 잃고 있다”고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법적 게시글까지 감시하고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평판 관리 업체 서비스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평판 관리를 할 수 없으니 결국 ‘평판의 불평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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