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카메라 감독 꿈꾸던 고운에게 엄마가
미안하고 또 미안한 딸 고운이에게.
고운아, 너는 18년 전 엄마 아빠 딸로 쉽게 찾아와주지 않고 힘들게 엄마 품에 안겼지. 긴 시간 동안 어렵게 태어났지만 나에게 행복을 안겨준 고마운 예쁜 딸, 너는 그런 고귀한 생명이었다. 그런데 4월16일 네가 꿈꾸던 모든 것들을 펼쳐보지도 못하게 미래의 시간을 통째로 빼앗아간 썩어빠진 대한민국은 뻔뻔하게 손 놓고 보고만 있었구나. 엄마에게 찾아와줘서 고마웠는데 너를 잃고서는 차라리 엄마 딸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엄마에게 쓴 편지에 어른이 되기 싫다며 어리광 부리면서 귀여운 딸로만 남고 싶다던 고운아. 100년, 500년 엄마 아빠랑 같이 오래오래 살자던 딸. 왜 약속 안 지키고 그곳에 가 있는 거야? 사무치게 보고 싶구나. 사진과 편지, 동영상으로 집안 구석구석에, 물건 하나하나에 쌓인 추억만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에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 하지만 고운이가 엄마 걱정 안 하고 마음 편하게 수학여행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할게.
고운이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 3년씩이나 졸라서 우리 가족이 된 곰순이도 엄마가 잘 키울게, 걱정하지 마. 고운아, 무섭고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의 기억은 깨끗이 지워버리고 엄마, 아빠, 동생이랑 있었던 행복한 추억만 기억하며 그곳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잘 지내렴. 너희의 억울함은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과 힘을 합쳐서 꼭 밝혀줄게.
엄마, 아빠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값지고 소중한 선물이었던 한고운, 많이 많이 영원히 사랑해. 바보 엄마, 못난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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