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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항공운항과 면접 보는데, 쪽머리에 속눈썹 붙이고 워킹까지…

등록 2014-11-18 20:59수정 2014-11-18 21:59

‘면접땐 이렇게 웃으세요‘ 고졸 취업준비생들이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타운 교육훈련동에서 승무원으로부터 ‘밝은 미소 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자료사진
‘면접땐 이렇게 웃으세요‘ 고졸 취업준비생들이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타운 교육훈련동에서 승무원으로부터 ‘밝은 미소 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자료사진
‘스튜어디스 사교육’ 부추기는 대학·학원
대학은 면접 당일 풀메이크업 요구하기도
학원들 “2개월 90만원” 속성 과정 운영
항공사 “관련 학과 출신 승무원 20% 불과”
스튜어디스가 꿈인 고등학교 3학년 ㄱ(18)양은 친구들이 수학이나 영어 학원에 다닐 때 ‘스튜어디스 입시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는 ‘워킹’을 비롯한 갖가지 스튜어디스 ‘매너’를 배웠다. 스튜어디스들이 신는다는 까만 구두를 신고 런웨이를 걸으면 강사가 팔 모양 등을 바로잡아줬다. 스튜어디스의 기본 자세라며 두 손을 배 앞에서 맞잡는 ‘공수자세’를 배우는 시간도 따로 있었다. 미소 지을 때 입술 움직이는 법, 스튜어디스처럼 ‘쪽머리’ 묶는 법과 화장하는 법도 배웠다. ㄱ양은 “학원에서는 ‘(대학 입시) 면접 비중이 높으니 자세나 걸음걸이, 말투 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항공사 승무원은 여고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관련 학과를 둔 대학들이 입시 면접에서 사실상 실제 스튜어디스에 준하는 자세와 복장 등을 권장하고 있어 ‘승무원 입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 승무원의 쪽머리 . 자료사진
항공사 승무원의 쪽머리 . 자료사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있는 ㅇ승무원학원 입구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의 출입이 잦았다. 입시 상담을 마치고 나오던 ㅇ(19)양은 “수시 2차 면접과 정시 면접까지 대비하는 2개월 과정이 90만원이라고 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면접학원에 다니는 게 안전할 것 같다. 면접날에 버스를 운행해 메이크업이랑 머리까지 해주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런 학원들은 ‘항공운항과 입시 과정’을 운영한다. ㅇ학원 누리집에 소개된 교육과정은 입시용이 아니라 항공사 채용 면접을 방불케 한다. △발음 및 발성 연습 △호감 가는 시선 및 표정 △미소와 워킹 △비행기 모형 실습 등 취업준비생이 아닌 수험생에게는 불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ㅇ양은 지난 8월 승무원학원에 다니다 환불을 받은 적이 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것만 반복했다. 메이크업 수업 때도 얼굴 톤에 맞는 화장법 등을 배웠다. 실제 면접 대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뒤 다시 학원을 찾았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항공사와 산학협동을 하고 있는 ㅎ대 관련 학과의 경우 10명을 뽑는 수시 1차 모집에 1137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113 대 1에 이르렀다. ‘본원 출신 합격생’ 사진 수백장을 내세운 학원에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수시 2차 면접을 앞둔 요즘, 일부 학원에서는 “주요 대학 현직 면접관님에게 꿀 같은 합격 팁을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다” “항공운항과 현직 교수님들과 함께한 입시 박람회” 등을 공공연히 홍보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이 입시 면접을 승무원 채용 면접에 가깝게 운영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고2 때부터 입시학원에 다녔다는 다른 ㅇ(18)양은 수시 1차 모집 때 5개 대학에 응시했다. 면접을 볼 때마다 ‘승무원 전용 메이크업’을 받았다. 미용실에서 승무원들이 하는 ‘쪽머리’를 한 적도 있다. “면접장에 ‘쪽머리’를 하고 오라는 대학은 미용실에 가서 해오라는 말과 같다. 눈썹까지 붙이는 풀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학생들은 항공운항과 입학에 사활을 걸지만, 항공사 쪽 반응은 ‘글쎄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객실승무원들 가운데 항공운항과 등 관련 학과 출신 비율은 20% 안팎이다. 승무원학원들은 정형화한 태도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지원자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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