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전 도서는 예전 수준 할인
부모들 ‘재정가제’ 모르고 사재기
대형 서점 누리집 다운 되기도
서울시내 한 서점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김아무개(39)씨는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이달 들어서만 영어 원서와 어린이책 등 80여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김씨는 “영어 원서는 정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둥, 옛날에 나온 책은 할인이 안 된다는 둥 소문이 많은데, 100만원어치도 넘게 책을 사들이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21일 시행되는 도서정가제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출판업계 못지않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행을 하루 앞둔 20일에는 교보문고·예스24 등 주요 인터넷서점에 구매자들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누리집이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원칙적으로 신간·구간 모두 할인 폭이 최대 15%로 제한된다. 하지만 1년6개월 이전에 출간된 책엔 ‘도서 재정가제’가 동시에 시행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출판사들은 이를 통해 도서정가제 시행 전 할인 판매 수준으로 책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6일부터 닷새 동안 출판사들로부터 ‘특별 재정가’ 신청을 받은 결과, 146개 출판사가 2993종의 책에 대해 평균 57% 할인한 가격을 신청했다. 재정가 신청 목록을 보면, 삼성출판사의 <스토리텔링수학과학> 전집은 32만8000원에서 7만원으로 78.7%나 가격이 내렸다. 아람의 <꼬마피카소> 전집 역시 68만원에서 40만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진흥원 쪽은 “85%가량이 유·초등 책이고 10% 정도가 전집류”라고 했다. 재정가 도서 목록은 21일부터 진흥원 누리집(www.kpi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