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 때문에 원전 주변 흙과 어류·해초류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고 있으며, 특히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주변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산하 ‘환경과 자치 연구소’, 경주·광주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부산 고리, 전남 영광, 경북 월성·울진 등 원전 4곳의 온배수 배출구 반지름 5㎞ 안에서 수산물과 흙을 채취해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59개 시료 가운데 12개 시료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4·137,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고리원전에서 채취한 시료 22개 가운데 7개, 월성원전 시료 14개 가운데 1개, 울진원전 시료 13개 가운데 2개, 영광원전 시료 10개 가운데 2개에서 세슘·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과 요오드는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고리원전 근처에서 채취한 모래와 어류·해초류에선 1㎏당 세슘134·137은 0.44~6.63베크렐, 요오드131은 0.34~2.59베크렐이 검출돼,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31.8%를 기록했다. 이는 나머지 원전 3곳의 방사성 물질 평균 검출률 13.5%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이다. 특히 요오드131은 고리원전 주변에서 채취한 해초류 시료 4개에서만 검출됐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은 “서식지가 고정된 해초류의 특성과 요오드의 자연반감기(특정 핵종의 원자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8일인 점을 고려할 때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방사능 허용 기준은 1㎏당 세슘이 100베크렐, 요오드가 300베크렐 이하다. 기준에 견줘 미미한 수준이지만, 원전 근처 모래·어류·해초류 등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것은 분명하다. 대조군인 경기 김포지역 흙 시료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토덕 ‘환경과 자치 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오염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실태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최근 법원에서 원전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전이 근처 바다로 내보내고 있는 오염수 배출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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