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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 강제철거 아픔 딛고 나만의 수제맥주집 문연다

등록 2014-11-20 21:56수정 2014-11-21 10:22

수제맥주집 ‘레아’(Rhea) 개업 준비에 바쁜 이충연(오른쪽)·정영신 부부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가게 안에서 잠시 일손을 멈춘 채 밝게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제맥주집 ‘레아’(Rhea) 개업 준비에 바쁜 이충연(오른쪽)·정영신 부부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가게 안에서 잠시 일손을 멈춘 채 밝게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용산참사 뒤 5년만에 재개장 ‘레아’
“맛있는 맥주를 찾기 위해 100종의 수제맥주를 먹어봤어요. ‘작은 골목에 센스 있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나만의 아지트’가 가게 콘셉트입니다. 진짜 사람 냄새 나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그는 세계 각국 수제맥주를 맛본 뒤 미국과 벨기에 병맥주 10여종을 메뉴판에 올리기로 했다. 생맥주는 국내에서 만든 세븐브로이와 카브로이를 선택했다. 서울 남영동 숙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 2명 정도가 어깨를 비비며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레아’(Rhea)라는 간판을 단 수제맥주 가게가 있다. 25일 개업하는 이곳 주인은 2009년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당시 ‘원조 레아 호프’를 운영했던 이충연(41)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장이다.

레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그 ‘대지의 여신’은 5년 전에 헐렸고, 그곳은 지금 주차장이 돼 있다. 20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가게에서 만난 이 위원장과 아내 정영신(42·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가)씨는 “문턱이 닳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던 ‘원조 레아’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며 환히 웃었다.

100㎡ 크기의 가게는 테이블 12개에 손님 50명이 앉을 수 있다. 안주는 이씨가 피자와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내놓게 된다. 2006년 부모와 함께 원조 레아를 만들 때처럼 부부는 가게 인테리어도 손수 꾸몄다. 개업을 앞두고 하루 12시간씩 20일째 공사 중이다. 이씨는 “내가 추진력이 좋아 가게 오픈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웃었다. 곁에 선 정씨는 시아버지의 빈자리가 크다고 했다. “원조 레아를 만들 때는 아버님, 어머님과 힘을 합쳤어요. 그때는 힘든 줄 몰랐는데, 이번에는 둘이서만 하다 보니 마음이 좀 무거워요.”

그날 망루서 아버지 잃고
4년간 옥살이 이충연씨와 아내
그곳서 운영했던 맥주가게 ‘레아’
숙대쪽 좁은 골목에 곧 열어
“사람 냄새 나는 가게 만들고 싶어”

2009년 1월19일 레아와 부모님 집, 결혼 8개월차 이씨 부부의 신혼집은 철거 직전이었다. 이씨는 아버지와 함께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 올랐고, 경찰 진압 과정에서 아버지 이상림(당시 71살)씨를 잃었다. 이씨도 크게 다쳤다. 그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4년여 옥살이를 하다 지난해 1월 사면돼 출소했다.

그 뒤 1년 남짓 이씨는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과 경남 밀양 등 전국을 돌았다. 용산 참사 때 팔을 걷어붙인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장의 문제는 생계였다. 같은 철거민으로 끈질긴 싸움 끝에 대체공간을 얻어낸 서울 홍익대 앞 ‘두리반’에서 칼국수와 만두 빚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이런 메뉴로는 창업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레아를 다시 열기로 했다.

강정마을에서 먹어본 노가리를 메뉴에 올리고 싶었다.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강원도에 사는 미디어 활동가의 도움으로 ‘산지 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제작에 참여한 이혁상 감독도 찾아와 목공 일과 페인트칠을 도왔다. 가게 보증금은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출소자’ 대상 ‘기쁨과 희망은행’ 대출이 힘이 됐다. 부부는 고마움의 표시로 간판에 하트 하나를 그려 넣었다. 용산4구역 철거민 23가구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만큼 이씨 부부는 새 레아가 용산 참사와 예전의 레아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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