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경만 기자
‘쌍굴’ 증언 따라 주변 탐색
서남쪽 50m 지점서 찾아내
추가 유해 발굴 가능성 커져
서남쪽 50m 지점서 찾아내
추가 유해 발굴 가능성 커져
한국전쟁 기간에 집단 희생된 민간인 153명의 유해가 발굴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금정굴에서 서남쪽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동굴이 발견돼 유해 추가 발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황룡산 등산로 초입에 자리한 지름 2~3m가량의 동굴 입구는 60년 이상 퇴적된 흙과 나뭇잎으로 덮여 언뜻 평범한 야산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움푹 파인 흔적이 있고, 동굴에서 파낸 흙이 둔덕을 이뤄 다른 경사면과는 다르다.
현장을 둘러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노용석 박사는 “위치나 구조로 볼 때 수직굴인 금정굴과 쌍을 이루는 수평굴로 보인다.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등 전국 사례에 비춰보면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금이나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팠던 굴은 대부분 수직굴과 수평굴이 연결되는 구조로, 경산 코발트광산에서는 두 굴의 접점 부위 2곳에서 희생자 유해 540구가 집단 발견됐다고 노 박사는 설명했다.
금정굴은 일제 때 금을 캐기 위해 수직으로 굴을 판 뒤 방치한 금광 구덩이로, 이 일대에서 1950년 ‘9·28 서울수복’ 직후부터 10월25일까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당시 지역 주민과 우익단체 회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고양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고양·파주지역 부역 혐의자와 가족 200여명이 끌려가 불법으로 집단 총살당했다.
유족들은 지난 1995년 자체 발굴에 나서 금정굴 지하 8~12m 지점에서 유골 153구를 발견했으며 더는 유해가 나오지 않아 18m 지점에서 발굴을 중단했다. 그러나 금정굴이 쌍굴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증언에 따라 그동안 주변을 탐색해왔다.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 소장은 “금정굴 지하 12m 맨 아래쪽에서 10월9일 희생된 박아무개씨의 유품(도장)이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10월6~8일 학살된 30~50명 안팎의 유해는 아직 못 찾았는데, 이곳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신 소장은 “황룡산 전체가 민간인 불법학살 현장인 만큼 새로 발견된 동굴을 조속히 발굴하고 이 일대를 역사평화공원으로 지정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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