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의원 누리집 화면 갈무리.
[뉴스다시보기]
금요일인 21일부터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책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일부 누리꾼은 ‘책값이 오를 것’이라며 법안 대표 발의자인 최재천 의원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새 도서정가제가 정말 소비자 이익을 줄이고 출판사와 서점 이익만 보장해주게 될까요? 새 도서정가제에 대해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를 모았습니다. 그동안 <한겨레>가 본 ‘새 도서정가제의 진실’을 소개합니다.
1. 도서 시장의 몰락, 새로운 도서정가제 탄생 이유
▶한승동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5.18)
2. 도서정가제는 무엇인가
▶이유진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5.18)
3. 도서정가제는 독자를 위한 제도다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인터뷰(2012.7.15)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2013.1.25)
4. 도서정가제 시행되면 책 값은? 내릴 것이다
▶이유진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4.29)
5.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한승동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8.11)
6. 할인율 더 낮춰야 한다
▶한승동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11.11)
7. ‘도서 재정가제’는 아시나요?
▶진명선 기자의 기사 다시보기(2014.11.21)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주요 출판사와 서점들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매출·영업이익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 민음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내고 교보문고가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도서·출판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단행본 중심 28개 출판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모두 증가한 곳은 2개사(7.1%)뿐인데 비해 둘 모두 감소(적자전환 포함)한 곳은 14개사(50.5%)나 됐다.
2010년 이후 시행된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의 ‘신간 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와 실용서, 초등학생 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일부 출판사들이 인문학 서적까지 실용서로 분류해 파격 할인 행사를 하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도서정가제 예외조항이 삭제됐다. 모든 책값의 가격 할인은 10% 이내로 해야 하며, 물품·마일리지·할인권·상품권 등 부수적 할인 혜택은 책값의 5% 이내로 제한된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책에 대해서는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우리 출판계의 핵심 과제인 도서정가제에 대한 생각은?
“확언컨대 완전한 도서정가제만이 독자들을 위하는 길이다. 책에 할인제도가 적용되면 높은 할인율을 견뎌낼 수 있는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에 유리하다. 의미있는 책들을 출간하는 소규모 출판사나 동네 서점 등은 문을 닫게 되고 출판의 다양성은 사라진다. 이미 그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알라딘은 성명서에서 ‘정가제 확대는 책 판매가를 올리고 통제하는 것이며, 책의 판매력을 떨어뜨려 독자와 저자의 피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한 소수 언어권의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이나 공존의 가치를 외면하고 독자를 겁박하는 선동이다. 도서정가제는 동일한 책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거품 없이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눈속임에 불과한 가격 경쟁 대신 콘텐츠 경쟁을 지향한다. 다수 출판사의 존립과 출판의 다양성을 촉진시킨다. 또한 고래와 새우가 함께 숨 쉬는 바다처럼 크고 작은 온·오프라인서점이 공존함으로써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시킨다.
중장기적으로는 책값이 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할인판매를 고려해 책의 정가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재은(양철북 대표) 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앞으로 책의 평균 정가가 10~20% 정도 낮아질 것이고, 가격 경쟁이 완화돼 콘텐츠의 다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당장 할인율이 줄어들면서 손해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프랑스가 온라인서점의 공세로부터 독립서점(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서점의 책값 할인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소장 박익순)는 11일 ‘프랑스의 도서정가제 법률 개정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1981년 도서가격에 관한 법’에서 허용한 도서 정가의 5% 이내에서의 할인과 무료 배송을 인터넷 서점에게는 금지하는 법안(도서정가제 개정 법안)인 속칭 ‘반아마존 법’을 지난 6월26일 프랑스 상원에서 최종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 법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공포와 관보 게재를 거쳐 7월10일부터 시행됐다. 인터넷 판매에 특혜를 줌으로써 온라인서점이 급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동네서점들이 몰락한 한국과는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온라인서점 도서구매가가 더 비싸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할인율을 최대 15%나 허용해 할인율 상한을 현행 19%에서 고작 4%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최대 15%까지 할인해도 문제없다고 법률로 공인해 놓은 이상 정가 책정은 당연히 15%의 거품을 참작해서 할 수밖에 없다. 그래 놓고 그만큼 할인한다고 조삼모사 식으로 소비자를 속이면서 가격 거품을 빼겠다는 건 기만이다.
카드사·통신사 제휴를 통한 도서 할인과 무료배송을, 출판업계는 온라인서점이 오프라인서점(동네서점)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 특혜로 보고 새 시행령에 이를 금지돼야 할 경제적 이익(추가 간접 할인)으로 규정해줄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원칙적으로 신간·구간 모두 할인 폭이 최대 15%로 제한된다. 하지만 1년6개월 이전에 출간된 책엔 ‘도서 재정가제’가 동시에 시행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출판사들은 이를 통해 도서정가제 시행 전 할인 판매 수준으로 책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6일부터 닷새 동안 출판사들로부터 ‘특별 재정가’ 신청을 받은 결과, 146개 출판사가 2993종의 책에 대해 평균 57% 할인한 가격을 신청했다. 재정가 신청 목록을 보면, 삼성출판사의 <스토리텔링수학과학> 전집은 32만8000원에서 7만원으로 78.7%나 가격이 내렸다. 아람의 <꼬마피카소> 전집 역시 68만원에서 40만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진흥원 쪽은 “85%가량이 유·초등 책이고 10% 정도가 전집류”라고 했다. 재정가 도서 목록은 21일부터 진흥원 누리집(www.kpi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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