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열 ‘대구일보’ 전 회장
이태열(69) 대구일보사 전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11년 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회사 돈 수십억원을 횡령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관 김성엽)는 21일 인건비 등을 부풀리거나 회사 대출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폐기물 수거·운반업체 7곳에서 64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및 배임 등)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 동일한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자숙하기는커녕 계속 회사 자금을 개인 자금인양 유용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러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횡령액 등을 반환하거나 피해액 변제를 위한 담보권을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를 대부분 회복한 점과 나이가 고령인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1980년대부터 폐기물 수거·운반업체와 주택·시설물 관리업체 등을 여러 개 설립해 돈을 벌었다. 2000년 1월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회사 돈 21억여원을 빼내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그해 3월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이듬해 대구일보사를 인수했다. 그는 2004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를 지냈고, 종합편성채널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상당한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3년부터 대구일보사 발행인을 맡아왔지만, 이번 횡령 사건이 터지자 아들에게 발행인 자리를 물려줬다. 그가 소유한 폐기물 수거·운반업체들은 현재 대구의 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5곳에서 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을 맡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구 지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전 회장은 언론사주가 되기 전이었던 2000년에는 2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세배나 많은 돈을 횡령한 혐의에다가 동종 전과까지 있었지만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했다. 또 11년 전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하면서 보도자료를 언론에 냈던 것과 달리,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혐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이 과도하게‘언론사주 눈치보기 수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나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당시 이 사건을 송치한 뒤 “이 회장이 노령에다가 변제를 상당부분 했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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