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운동 두루 좋아했던 정무에게
보고만 있어도 아픈 손가락 같은 내 아들 정무에게.
4월16일, 그날, 팽목항에 도착해서 침몰한 배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더구나.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네 이름만 불렀었어.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을 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이 생각나는구나. 지금도 내 아들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그땐 살아 있을 거라는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갖고 있었지. 하지만 너는 결국 차디찬 몸으로 눈을 감은 채 엄마에게로 돌아왔지. 가지 말라고, 아니라고 현실을 부정하며 너의 얼굴을 만졌던 엄마의 손엔 아직도 그날의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너무나도 착했던 내 아들. 단 한번도 뭐를 사달라고 졸라본 적도, 떼를 써본 적도 없었지. 정도 많아서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가서 잃어버렸을 땐 몇날 며칠을 보고 싶다고 울었었지. 너무도 빨리 철이 들어버려 성숙하고 속도 깊었던 우리 정무.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에게 “엄마, 나 야구 선수가 될까?” 했었잖아. 그때 한창 친구들과 동네 놀이터에서 자주 야구시합을 하고 그랬었는데. 그 후로 너의 꿈이 어떻게 변했는지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관심을 가져주지도 못했구나. 너무 후회되고 미안하구나. 한창 꿈 많은 나이에 제대로 펼쳐보지도, 이뤄보지도 못하고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떠날 수가 있는지. 이제는 너를 안아줄 수도, 얼굴을 만져 볼 수도 없구나.
엄마 꿈속에라도 한번 와주지 않겠니?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구나. 내 아들, 정무야. 엄마가 정말 미안해. 네가 허락해준다면 다음 생에 우리 다시 엄마와 자식으로 만나 그땐 엄마 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자. 너를 알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네가 너무나도 착했다고 하더구나. 너무 아까운 우리 정무. 많이 많이 사랑하고, 너무너무 보고 싶다. 내 아들 정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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