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텍 홈페이지
미국 보안업체 시만텍 재판기록 보니
문제가 생긴 컴퓨터를 온라인을 통해 원격으로 점검·수리해주는 중소기업 오투씨앤아이(O2CNI)의 박해선(48) 사장은 한때 실어증을 앓았다. 회사 핵심 인력이 줄줄이 퇴사한 뒤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으로 옮겨간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다. 경찰에 기술·인력 유출을 신고한 뒤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과정에서도 수사관의 질문에 노트북을 사용해 대답해야 했을 정도였다.
수사 착수 뒤 2년 가까이 흐른 지난해 12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 황의수)는 시만텍 미국 본사와 오투씨앤아이에서 이직한 직원들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사건 수사·재판기록 등을 보면, 세계 굴지의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과 기술을 어떻게 빼내 갔는지가 생생히 드러난다.
■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 맺고 순항 오투씨앤아이와 시만텍은 일본 진출을 위한 동업자 관계였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원격점검 서비스를 내놓은 오투씨앤아이는 하나로텔레콤(현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박 사장은 “2005년 시만텍 직원이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알고 먼저 찾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개인용 컴퓨터(PC) 관리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노턴 유틸리티’를 만들었으며 지난해 매출 67억달러(약 7조605억원)를 기록한 세계 최대 보안 프로그램 업체의 파트너십 구축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7년 두 회사는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진출 2년 만인 2009년 ‘100만불 수출탑’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300만불 수출탑’, 2012년 ‘500만불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사업은 확대됐다.
오투씨앤아이가 독자 개발한
컴퓨터 원격점검 서비스
일본 진출위해 협력관계 맺어
몇년뒤 핵심인력 줄줄이 데려가
계약 종료하고 시장 독차지 시만텍 대리 김앤장 “유출정보, 일반적 기술” ■ 갑작스런 직원들의 줄사표와 이직 그러던 2011년 10월부터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그해 6월까지 일본 사업을 책임지던 염아무개(38) 팀장이 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 일본사업부 송아무개(39) 팀장은 같은 해 11월 허리 통증을 이유로, 웹디자인 담당 김아무개(42) 팀장은 ‘카페 개업’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유럽 회사 취직’, ‘일본 이주’를 이유로 사직원을 내는 이들이 뒤따랐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염 팀장 등 5명은 모두 시만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투씨앤아이가 시만텍과 맺은 ‘기본 서비스 계약서’(2007년 4월2일)에는 계약 종료 뒤 1년간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조항이 있었다. 박 사장은 “이직은 계약 위반이라 직원들이 시만텍으로 갔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2012년 1월에야 직원들이 옮겨간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그해 2월 경기지방경찰청에 이직자들과 시만텍을 고소했다. 박 사장은 시만텍에 항의도 했지만, 오히려 시만텍은 직원 운용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오투씨앤아이에 대한 보안감사(2012년 6월27~29일)로 응수했다. 이어 시만텍은 오투씨앤아이와의 모든 계약을 종료했고, 오투씨앤아이는 자연스레 일본 시장을 잃게 됐다. ■ “컴퓨터에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메모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이직자들이 오투씨앤아이 재직 시절부터 회사 자료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한 김 팀장의 노트북에서 일기 형식의 ‘여운’, ‘정리’라는 메모 파일을 발견했다. “마지막까지 내가 염 부장 송 팀장과 함께 일하는 것을 몰라야 할 것이다. 알려지더라도 한참 후에 알려져야 한다. (중략) 내일 외장하드가 도착하면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고 더 이상 현재 쓰고 있는 컴퓨터에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소장 등을 보면, 염 팀장은 이직 전인 2011년 9월 시만텍 본사 부서장인 스티븐 제임스 아우양에게 “일본 고객에게 제공하는 원격점검 서비스를 시만텍이 자체적으로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우양은 본사 경영진에게 ‘오투씨앤아이의 일본 원격점검 서비스가 매년 1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장기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시만텍의 사업으로 전환하고 오투씨앤아이 직원을 채용해 신규 원격점검 콜센터 구축을 위한 코어(핵심) 팀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레드’(RED) 프로젝트를 보고했다. 2011년 12월14일, 미국 본사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3300만달러가량의 투자 승인이 이뤄졌다. 경찰은 2012년 염 팀장 등 5명의 노트북과 전자우편 등에서 오투씨앤아이의 ‘원격점검 서비스 원가분석 자료(필요장비 목록 및 상세비용 등)’, ‘피시 최적화 등에 대한 상담원 업무 프로세스’, ‘결제시스템’ 등의 자료도 여럿 압수했다. ■ 이직의 대가, 고액 연봉과 승진 이직자들은 재직 중 혹은 퇴직 뒤 시만텍의 부장·차장급으로 채용됐다. 연봉도 크게 올랐다. 염 팀장은 1억5500만원(오투씨앤아이 시절 6500만원)을 보장받았다. 연봉의 15%에 달하는 인센티브도 추가됐다. 송 팀장은 1억1000만원(〃 5500만원), 김 팀장은 8600만원(〃 5000만원)으로 계약했다. 노아무개씨는 8300만원(〃 2898만원), 김아무개씨는 8000만원(〃 2980만원)을 받았다. 방대한 수사기록 때문에 재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나윤민 판사는 올해 1월부터 4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7월 첫 공판을 열었다. 다음달 23일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재판에서 검찰은 시만텍이 유출된 오투씨앤아이의 영업비밀을 바탕으로 일본 사업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만텍 쪽을 대리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자료는 동종업계에 알려져 있거나 시만텍에 이미 보고된 자료로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오투씨앤아이가 이 자료를 영업비밀로 보호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시만텍 미국 본사는 <한겨레>에 “본건은 재판에 계류중인 사안이므로 답변하기 어렵다. 시만텍은 한국의 사법제도에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으며, 법원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판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컴퓨터 원격점검 서비스
일본 진출위해 협력관계 맺어
몇년뒤 핵심인력 줄줄이 데려가
계약 종료하고 시장 독차지 시만텍 대리 김앤장 “유출정보, 일반적 기술” ■ 갑작스런 직원들의 줄사표와 이직 그러던 2011년 10월부터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그해 6월까지 일본 사업을 책임지던 염아무개(38) 팀장이 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 일본사업부 송아무개(39) 팀장은 같은 해 11월 허리 통증을 이유로, 웹디자인 담당 김아무개(42) 팀장은 ‘카페 개업’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유럽 회사 취직’, ‘일본 이주’를 이유로 사직원을 내는 이들이 뒤따랐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염 팀장 등 5명은 모두 시만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투씨앤아이가 시만텍과 맺은 ‘기본 서비스 계약서’(2007년 4월2일)에는 계약 종료 뒤 1년간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조항이 있었다. 박 사장은 “이직은 계약 위반이라 직원들이 시만텍으로 갔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2012년 1월에야 직원들이 옮겨간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그해 2월 경기지방경찰청에 이직자들과 시만텍을 고소했다. 박 사장은 시만텍에 항의도 했지만, 오히려 시만텍은 직원 운용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오투씨앤아이에 대한 보안감사(2012년 6월27~29일)로 응수했다. 이어 시만텍은 오투씨앤아이와의 모든 계약을 종료했고, 오투씨앤아이는 자연스레 일본 시장을 잃게 됐다. ■ “컴퓨터에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메모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이직자들이 오투씨앤아이 재직 시절부터 회사 자료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한 김 팀장의 노트북에서 일기 형식의 ‘여운’, ‘정리’라는 메모 파일을 발견했다. “마지막까지 내가 염 부장 송 팀장과 함께 일하는 것을 몰라야 할 것이다. 알려지더라도 한참 후에 알려져야 한다. (중략) 내일 외장하드가 도착하면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고 더 이상 현재 쓰고 있는 컴퓨터에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소장 등을 보면, 염 팀장은 이직 전인 2011년 9월 시만텍 본사 부서장인 스티븐 제임스 아우양에게 “일본 고객에게 제공하는 원격점검 서비스를 시만텍이 자체적으로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우양은 본사 경영진에게 ‘오투씨앤아이의 일본 원격점검 서비스가 매년 1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장기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시만텍의 사업으로 전환하고 오투씨앤아이 직원을 채용해 신규 원격점검 콜센터 구축을 위한 코어(핵심) 팀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레드’(RED) 프로젝트를 보고했다. 2011년 12월14일, 미국 본사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3300만달러가량의 투자 승인이 이뤄졌다. 경찰은 2012년 염 팀장 등 5명의 노트북과 전자우편 등에서 오투씨앤아이의 ‘원격점검 서비스 원가분석 자료(필요장비 목록 및 상세비용 등)’, ‘피시 최적화 등에 대한 상담원 업무 프로세스’, ‘결제시스템’ 등의 자료도 여럿 압수했다. ■ 이직의 대가, 고액 연봉과 승진 이직자들은 재직 중 혹은 퇴직 뒤 시만텍의 부장·차장급으로 채용됐다. 연봉도 크게 올랐다. 염 팀장은 1억5500만원(오투씨앤아이 시절 6500만원)을 보장받았다. 연봉의 15%에 달하는 인센티브도 추가됐다. 송 팀장은 1억1000만원(〃 5500만원), 김 팀장은 8600만원(〃 5000만원)으로 계약했다. 노아무개씨는 8300만원(〃 2898만원), 김아무개씨는 8000만원(〃 2980만원)을 받았다. 방대한 수사기록 때문에 재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나윤민 판사는 올해 1월부터 4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7월 첫 공판을 열었다. 다음달 23일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재판에서 검찰은 시만텍이 유출된 오투씨앤아이의 영업비밀을 바탕으로 일본 사업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만텍 쪽을 대리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자료는 동종업계에 알려져 있거나 시만텍에 이미 보고된 자료로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오투씨앤아이가 이 자료를 영업비밀로 보호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시만텍 미국 본사는 <한겨레>에 “본건은 재판에 계류중인 사안이므로 답변하기 어렵다. 시만텍은 한국의 사법제도에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으며, 법원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판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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