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초등학교. 사진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광주시의 한 도로 이름에 친일 인사의 이름을 딴 도로명 주소가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설명을 종합하면, 논란의 장소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있는 ‘백일로'. 백일로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된 새로운 주소 체계가 개편되면서 등장한 길 이름으로, 친일 인사 김백일(개명 전 김찬규)의 이름을 땄다. 도로 주소뿐만 아니라 백일초등학교, 백일어린이공원, 백일아파트, 백일주유소, 백일동산 등 일대가 백일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져 있다.
김백일은 독립군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창설된 ‘간도 특설대’를 조직하고 해방 때까지 활동한 친일인사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26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간도특설대는 ‘조선인 독립 운동가들은 조선인들이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선인 특수부대”라며 “같은 민족을 더 가혹하게 고문하고 탄압했던 악명 높은 부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백일은 2009년 11월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됐고, 같은 해 11월27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백일 어린이공원. 사진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이 때문에 광주 시민사회에선 해당 도로와 학교명 등의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영숙씨는 “최근 백일초등학교에서 교직원, 졸업생,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교 이름 변경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학교장과 구성원들이 교육청과 논의해 개명 변경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한 새주소 개편으로 많은 길 이름이 생겼는데 전수조사를 통해 부적절한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