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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급액 깎는 연금개혁은 노인빈곤 등 또다른 사회문제 야기”

등록 2014-11-27 20:10수정 2014-11-28 13:35

핀란드 사회보험연구원 올리 캉가스 실장. 사진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핀란드 사회보험연구원 올리 캉가스 실장.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터뷰] 핀란드 사회보험연구원 올리 캉가스 실장
“한국 정부는 연금 수급액 삭감이 마치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집착하는데, 이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져 또다른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의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 논의 과정을 살핀 뒤, 이런 진단을 내놓았다.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이라면 재정적 지속가능성 못지않게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적연금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면, 노인빈곤의 걱정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개인은 연금제도를 외면하기 쉽다”며 연금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재직 때 얻는 소득 대비 퇴직 뒤 받는 연금의 비율)과 넓은 사각지대의 문제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그의 진단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확고한 사회적 합의’도 캉가스 연구실장이 강조한 ‘착한 연금개혁’의 필수 요건이다. 그는 “정권은 선거 때마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렇듯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권이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연금정책의 방향과 주요 내용을 결정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사회보험연구원은 핀란드 국책연구기관으로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 정책과 고용 및 실업 대책 등에 관한 연구와 대안 제시를 맡고 있다. 사회보장 분야에 관한 연구는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되, 연구원 이사회는 노동자·사용자·시민사회가 각각 추천한 인물로 꾸려진다.

캉가스 연구실장은 25~26일 서울에서 참여연대 등 주최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등과 관련한) ‘노후소득보장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으며, <한겨레>와 인터뷰는 27일 숙소인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이뤄졌다.

한국정부 연금수급액 삭감에 집착
재정문제 풀자고 연금취지 어겨서야
확고한 사회적 합의도 필수조건
이해당사자 뺀 채 방향 바꿔선 안돼

핀란드는 1980년대 재정위기 경험
75%대 연금 소득대체율 낮추고
출산율 회복·정년연장 등 대처
생산인구 많아지면 재정문제 해결

-한국은 지금 대표적 공적연금의 하나인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적연금 개혁에 관해 핀란드가 찾아낸 해법은 뭔가.

“핀란드는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한 재정 위기를 이미 1980년대에 겪었다. 옆 나라인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핀란드가 사회보장에 쏟는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31%인데, 당시에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스스로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는 뜻이다. 가입자한테 무턱대고 더 많은 월 납입액을 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두 가지 해법이 나왔다. 그때까지 최대 75%에 이르던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일정하게 낮추는 것과 출산율 회복 및 노동기간 연장이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길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마련했다. 이런 점이 연금 수급액 삭감에만 집착하는 한국과 차이다.”

-출산율 회복이나 정년 연장 등은 모두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지 않나.

“맞다. 하지만 한국처럼 재정안정화 수단만 강조하다보면, 연금이 책임져야 할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놓칠 수 있다. 재정안정화를 꾀하는 기술적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의 기본 취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남성보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기간이 더 긴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면, 여성 노인 빈곤 해소와 연금재정 안정 등을 모두 꾀할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면 생산인구가 많아져 부양률이 자연스레 떨어진다. 이렇듯 연금 개혁은 고용 및 일·가정 양립 정책을 기반으로 이뤄질 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정부·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해 많은 하위직 공무원이 노후가 불안해진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핀란드는 ‘적정 노후소득 보장’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나.

“핀란드의 노동연계연금(한국의 국민연금+공무원연금)도 낸 만큼 돌려받는 ‘소득비례’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공무원연금과 큰 차이가 없다. 노키아 등 큰 회사 임원은 재직 기간에 매달 많은 연금액을 납입해야 하지만, 퇴직한 뒤에는 엄청나게 많은 연금을 받는다. 다만 우리는 월 750유로(103만원) 수준의 최저 연금액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국민연금(한국의 기초연금격)과 주택수당, 의료비 등을 지급한다.”

-노동자가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건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할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어땠나.

“그런 이유 때문에 연금개혁에는 ‘확고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정권이 노동자 등 가입자의 참여없이 연금제도에 손대는 건, 되레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핀란드 정부도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를 겪으며 고용연계연금 기금의 일부를 헐어 경기부양에 쓰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실제 기금운용 권리를 갖는 (공무원을 포함한) 노동자와 사용자가 연금제도에 관한 합의에 이르면, 정부는 이를 거의 그대로 승인하는 데 그쳐야 한다. 핀란드 정부한테는 한국 정부가 갖는 ‘수직적 파워’가 없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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