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월곡동 ‘동일하이빌뉴시티’
경비·미화원 등 관리직 직접고용
용역업체 비용 없애 임금도 올려
고용안정·관리비 절감 ‘일석이조’
경비·미화원 등 관리직 직접고용
용역업체 비용 없애 임금도 올려
고용안정·관리비 절감 ‘일석이조’
경비노동자 대량 해고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고용안정·임금인상과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아파트가 있다. 해법은 단순했다.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아닌 입주자들의 직접고용이다. 주민과 경비노동자 모두 상생하는 길을 찾은 사례다.
서울 하월곡동 주상복합아파트 ‘동일하이빌뉴시티’ 입주자대표회의는 21~26일 주민투표를 거쳐 경비·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334가구 가운데 310가구가 투표에 참여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자치관리’안이 180표, ‘위탁관리’안이 129표, 무효가 1표 나왔다. 남승보(57)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임금도 인상하고, 현재 근무중인 직원들도 고용 승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비노동자 17명과 미화·시설·관리직 노동자 등 모두 40여명이 직접고용의 혜택을 보게 됐다.
직접고용 논의는 원래 세금 문제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년도 세제 개편안이 실제 적용되면 전용면적 135㎡ 이상 가구 관리비 가운데 관리·경비·청소 용역에 부가가치세가 붙게 된다. 2018년부터 모든 가구로 확대되면 2만~5만원의 관리비를 추가 부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고용을 하는 ‘자치관리’를 택하면 부가세 부담이 없어지는 대신 1만~1만5000원의 임금 인상분만 추가 부담하면 된다. 용역업체를 쓸 경우보다 월 500만원이 절약된다는 게 입주자대표회의의 계산이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시작한 고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과 경비노동자 등의 처우도 개선된 것이다. 이 아파트 송인정(75) 노인회장은 “직접고용을 통해 한 식구처럼 같이 가자고 말하는 입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경비원 등은 ‘파리 목숨’이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최아무개(59)씨도 “김부선씨와 아파트 쪽의 갈등이나 (경비노동자가 분신한) 압구정 아파트 문제를 보면서 우리 아파트는 어떻게 되나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함께 생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아파트의 한 경비노동자는 “계약 갱신에 따른 불안이 해소돼 좋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경비·청소 업무에 용역을 준다고 꼭 비용이 절감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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