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도 사표 수리·조사 중단
‘제 식구 감싸기’ 비난 높아
‘제 식구 감싸기’ 비난 높아
서울대가 인턴 여학생과 제자 20여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수리과학부 ㄱ교수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피해 학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피해자 비대위는 28일 낸 보도자료에서 “카이스트의 경우 2011년 2월 특수대학원 교수가 제자를 수시로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되자 사표를 냈고, 학교에서 이를 반려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카이스트와 서울대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 “성낙인 총장이 법인화 뒤 첫 총장을 맡으면서 국립대학법인의 모범이 되겠다고 했는데, 성추행 교수에게 사표를 낼 기회를 주는 것이 모범이 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일부 교수들은 ㄱ교수의 부적절한 행태를 알고 있었는데도 적극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리과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딴 한 졸업생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ㄱ교수의 행태는 “이미 과에서 널리 알려진 얘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ㄱ교수가 아파서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후배에게 ‘내가 아파 죽어 가는데 너는 내가 안 보고 싶냐’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졸업생은 일부 학생들이 2011년 다른 교수들에게 ㄱ교수의 행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도교수에게 얘기를 해봤지만 동료, 선배 교수들도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수리과학부의 한 교수는 “학생을 통해 ㄱ교수의 문제를 전해 들은 교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자들과 지나치게 격의 없는 교수’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는 “피해 학생이 다른 교수한테 그런 사정을 얘기했다는 걸 들었다. 교수들이 학생보다 동료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교수가 제출한 사표를 서둘러 수리하는 모습은 고려대도 다르지 않았다. 고려대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공과대 이아무개 교수(<한겨레> 11월22일치 9면)가 제출한 사표를 지난 26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고대 쪽은 양성평등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교수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사표를 제출한 지 19일 만에 수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건에 대한 교내 양성평등위원회 조사는 종료됐고, 이 교수는 파면이나 해임에 따른 각종 불이익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사표 수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정연순 변호사는 “성추행은 교육자로서 대단히 중차대한 비위행위인데 어떻게 조사도 없이 사표를 수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오승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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