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성 정체성 명시’ 인권에 부합
시민위 표결 압도적 통과됐는데
이제 와서 서울시가 거부하나”
“‘성 정체성 명시’ 인권에 부합
시민위 표결 압도적 통과됐는데
이제 와서 서울시가 거부하나”
“갑자기 6차 회의 때 (서울시가) 만장일치가 안 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 (시민위원들에게) 큰 충격과 자극을 줬다.”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문경란 위원장은 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인권헌장의) 이행 책임을 가진 서울시는 시민위원회가 내놓은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12월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선포하겠다던 서울시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명시하느냐는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가 “(시민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했다”며 헌장 선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만장일치로 합의된 것만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헌장 제정을 위임한 애초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시민위원회 논의는 어떻게 진행돼왔나?
“무작위로 응모를 받았더니 1570명이 지원했다. 성비와 연령 등을 구분해 150명을 선발했고, 전문가 30명을 더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시민위원은 늘 회의 시작 30분 전에 회의실을 찾는 열정을 보였다.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 120~130명이 회의 때마다 3~4시간씩 토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왔는데 갑자기 서울시가 6차 회의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는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표결 방식을 반대하고 합의를 요청했다고 하는데.
“6차 회의 때 서울시 관계자가 ‘시간을 더 갖고 얘기하자. 투표를 하면 받기 어렵다’고 했다. 위원들은 ‘왜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느냐. 우리도 성숙한 시민이니까 우리가 결정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찬반 대표토론을 거쳐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권한도 없는 공무원이 사회자 마이크를 뺏어 정회 선언을 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차별 금지 항목에 성 정체성을 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교도소 관련 법인 행형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도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무대에서도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표기해야 한다는 찬성 투표를 해왔다. 엉뚱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인권은 역진하지(거꾸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인권의 법칙에도 어긋난다.”
-서울시가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나?
“시민위원회는 할 만큼 했다. 선포만 하면 된다. 인권헌장이 실질적 효력을 가지려면 이행 책임을 가진 서울시가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서울시민인권헌장 1조는 ‘서울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이며, 시민은 서울의 주인이다’라고 명시했다. 많은 긍정적인 내용이 불필요한 논란에 가려지고 있어 아쉽다.”
글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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