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건축가 꿈 꿨던 경미에게 사촌언니가
안녕, 경미야. 잘 지내고 있니? 거기서도 여기서처럼 고운이 앞에서 촐싹대다가 잔소리 듣고 그러니? 네가 여기 없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어딜 가든 무슨 일을 하든 항상 네 생각만 난다. 너랑 놀러 가거나 맛 있는 거 먹으러 다녔던 곳에만 지나가면 그때 네 모습 하나하나가 아직까지 다 기억나고 눈에 밟힌다.
네 기억을 하고 있는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왜 지금 여기에 없니? 나는 아직도 네가 살아있는 것만 같은데 왜 현실엔 네가 없지? 네가 생각날 때마다 네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맹한 표정으로 “왜 불러?”하고 돌아볼 것만 같은데….
고민도 항상 너랑만 상담하다가 네가 없으니까 이제는 이야기할 곳도 없다. 네 사진 보고 이야기를 해도 그 사진 속에 너는 내가 아는 오경미가 아닌 거 같아서,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는 네가 없어서, 가끔은 허무한 느낌이 든다. 네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그런다. 나는 아직 네가 살아있는 것만 같은데,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데, 그 믿음을 깨버리는 이 현실이, 너를 그렇게 만든 이 나라가, 너무 싫고 짜증나고 그런다.
분향소로 너를 보러 가면 경기도미술관 처음 생겼을 때 구경가자고 끌고 가던 네가 생각난다. 밤에 미술관 앞 주차장에서 알씨카(무선조종자동차) 구경하던 것도 생각나고,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 타던 것과 농구, 축구 하던 게 떠오른다.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간 것과 중학교 운동회 때 우리 반 자리로 와서 모자를 달라며 애교 부리던 것, 어깨에 담 걸려서 안마해주다가 너 운 거 전부 생각난다. 그런데 너는 지금 왜 여기에 없니?
처음에 학교에서 단원고 배 침몰했다는 소식 듣고 안 믿었었는데, 하나 둘 올라오는 기사를 보고 있으면서도 살아있을 거라고 살아 돌아올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팽목항에 가서도, 사고 나고 일주일 만에 돌아와 장례식장에 영정사진으로 걸려있는 너를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는데. 장례식 첫째 날 잠도 안 자고 네 사진만 계속 보고 또 보고, 장례식 마지막 발인하는 날 지금이라도 “나 아직 안 죽었어요”하고 문 열어 달라고 소리칠 것만 같았는데. 발인 안 하면 네가 언제든지 살아 돌아올 것만 같았는데, 발인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제 네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았던 눈물이 나오더라.
그 위에서는 여기서 못했던 것들, 네가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 하며 놀러 가고 싶었던 곳 다 다니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말 잘 듣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나중에 꿈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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