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의 1753t급 명태잡이 트롤선인 501오룡호의 모습. 사조산업 제공, 연합뉴스
‘실종’ 오룡호 3등 항해사 김순홍씨 안타까운 사연
고령 할머니, 사고 소식 모른 채 손자 오기 기다려
고령 할머니, 사고 소식 모른 채 손자 오기 기다려
“말도 못할 정도로 억수로 착했대이. 진짜 효심 깊은 아이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오룡호’에서 3등 항해사로 일하다 침몰 사고로 실종된 김순홍(21)씨의 친척 할머니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찍어냈다.
김씨는 어릴 적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김씨는 형, 누나와 함께 친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구김살이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배를 타려고 경남 남해에 있는 경남해양과학고에 진학했다.
“친할머니가 힘들게 손자들을 키우고 있으니까 빨리 돈을 벌어 할머니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던 거야.”
경남해양과학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씨는 사조산업에 취직해 꿈에 그리던 선원이 됐다. 첫 월급을 탄 김씨는 “가족에 힘이 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1월17일 ‘501오룡호’의 3등 항해사로 승선했다. 두 번째 원양어선 승선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침몰 사고로 김씨는 현재까지 실종 상태이다.
김씨의 친척 할머니는 “순홍이의 친할머니가 나이가 많아 집에서 누워만 있다. 아직 사고 소식도 모르고, 막내가 실종된 사실도 모른다. 가족들이 친할머니께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순홍이가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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