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서초경찰서 직원들이 인테리어 작업공 조아무개씨가 서초구 잠원동의 한 주택 수리 도중 발견해 훔쳐 간 금괴를 공개하고 있다. 서초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남편이 사무실에 숨겨둔 채 숨져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중 발견해
동거녀 동원해 훔친뒤 혼자 꿀꺽
추적의뢰 받은 업체서 경찰 신고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중 발견해
동거녀 동원해 훔친뒤 혼자 꿀꺽
추적의뢰 받은 업체서 경찰 신고
남편이 세상을 뜨기 전 가족 몰래 숨겨둔 65억원어치 금괴를 도둑들이 ‘대신’ 찾아줬다. 도둑들이 경찰에 잡힐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80대 부인은 허탈해하면서도 “노후에 쓸 돈이 생겼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 8월19일 저녁 9시께 조아무개(38)씨는 동료들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흘 전 불이 난 사무실을 다시 꾸미는 일이었다. 안방 붙박이장을 뜯어내는데, 그 안에 홈을 파서 숨겨둔 작은 나무상자가 발견됐다. 상자를 열어본 이들은 방 안 가득 번지는 황금빛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상자 안에는 1㎏(4600만원 상당)짜리 골드바 130여개가 들어 있었다. 말 그대로 ‘노다지’였다.
조씨와 작업 현장에 함께 있던 박아무개(29), 김아무개(34)씨는 ‘금이 너무 많아 겁이 났다’고 한다. 이들은 고민 끝에 1개씩만 꺼내 가진 뒤 나머지는 제자리에 넣어뒀다.
하지만 사무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조씨는 욕심이 생겼다. 그날 밤 동거녀 김아무개(40)씨와 함께 다시 사무실을 찾아가 남은 골드바를 모두 훔쳐 달아났다.
이 골드바는 치매를 앓다 2003년 숨진 박아무개씨가 증권 투자 등을 통해 번 돈으로 산 것이라고 한다. 박씨의 아내와 자식들은 골드바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이 사무실은 1년 전까지만 해도 남에게 세를 줬다고 한다.
조씨는 예상치 못한 데서 덜미가 잡혔다. 새 애인이 생긴 조씨가 골드바를 챙겨 사라지자, 동거녀 김씨가 심부름센터에 조씨를 찾아달라고 의뢰했고, 심부름센터 직원이 이런 상황을 경찰에 알린 것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조씨를 구속하고 동료 박씨, 골드바를 사들인 금은방 주인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조씨한테서 골드바 40개와 현금 2억2500만원, 골드바를 팔아 마련한 벤츠 승용차를 압수했다. 조씨는 나머지 돈을 지인의 사업 투자 등에 썼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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