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과 부산시민단체 함께
“강제노역·성폭력 진실 밝혀낼 것”
“강제노역·성폭력 진실 밝혀낼 것”
박아무개(44·지체장애 2급)씨는 14살이던 1984년 9월 집을 나와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지냈다. 어느 날 갑자기 승합차에서 사람들이 내리더니 신분증을 요구했다. 미성년자여서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했더니, 그를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도착한 곳은 부산 사상구의 부랑자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이었다.
그는 10여일 만에 형제복지원을 나왔으나 같은 해 12월 새엄마에게 반항하다 형제복지원에 다시 보내졌다. 거의 날마다 매를 맞거나 단체기합을 받았다. 2년이 지난 86년 12월 형제복지원을 나왔지만, 그곳에서 다친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형제복지원 입소자들은 대부분 죄가 없었다. 수감자 대부분은 형제복지원을 나온 뒤 고통을 이기려고 술과 약에 의존해 살고 있다. 진상 규명을 통해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말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27년 만인 1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전국 차원의 대책위가 꾸려지고 1년 만이다.
대책위는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당시 형제복지원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부산시가 12년 동안 형제복지원과 부랑자를 수용하는 계약을 한 것은 형제복지원 비리를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수현 대책위 공동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부산에서 일어났는데도 그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세계인권선언 66돌을 맞아 부산시민들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대책위를 만들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강제노역과 성폭력 등을 당했는지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자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구타와 강제노역 등 학대 사실은 87년 일부 원생들이 탈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75~86년 12년 동안 형제복지원에서 목숨을 잃은 이가 513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인근 이사장은 특수감금 등 혐의로 2년6개월 실형을 살았다. 박 이사장의 셋째 아들(38)은 지난 5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부산시가 형제복지원 법인의 허가를 취소하자, 박 이사장 쪽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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