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심에까지 새로운 풍경 확산
대학들 적극 유치…중국학생 5만명
문화적 차이로 갈등 빚기도
“색안경 없이 마음 열어줬으면…”
대학들 적극 유치…중국학생 5만명
문화적 차이로 갈등 빚기도
“색안경 없이 마음 열어줬으면…”
지난달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근처의 한 식당.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7개 테이블을 모두 채웠다. 대학가 여느 식당처럼 학생들의 대화 소리가 왁자지껄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중국어로 대화했다. 3년 전 중국 톈진에서 온 중국인 부부가 문을 연 이 식당의 이름은 ‘다중 자창차오차이’(大衆 家常炒菜)로 우리말로는 ‘가정식 볶음요리’ 정도 뜻이다. 이 대학 정규과정에만 599명이 다니는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전문 밥집인 셈이다.
메뉴는 만두부터 개구리 요리까지 100가지가 넘는다. 찬 음식(량차이)과 뜨거운 음식(러차이)으로 구분해 중국 유학생들의 입맛에 맞췄다. 식당에서 만난 난징 출신의 쉬만자(21·정치국제학과)도 단골이다. 그는 “이곳 북방 음식이 집에서 먹던 남방 음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온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근처엔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노래방이 있다. 이곳은 간판과 안내문에 중국어와 한국어가 함께 쓰여 있다. 10일 저녁 노래방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리우(27)는 “한국 노래방에도 중국 노래가 있지만 대부분 10년 전 옛날 노래다. 이곳엔 최신곡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말이나 한국 노래에 서툰 친구들이 중국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방값이 싼 편인 이 학교 후문 근처에는 중국 유학생이 많이 산다. 이 때문에 정문~후문 등을 오가는 ‘종로 08번’ 마을버스를 타면 중국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 점원들도 대부분 중국인이다. 이곳에도 중국인을 위한 식당이 있다.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나 경기 안산에나 있을 법한 풍경들이 서울 도심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캠퍼스 중류(中流)’인 셈이다. 정부는 ‘글로벌 교육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외국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 일부 언론이 대학 평가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를 ‘국제화 지표’로 반영하면서 주요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대는 정원 외 입학이 가능한 외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8만4891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만336명(59.3%)이 중국인이다. 2009년엔 중국인 유학생이 6만명을 넘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의 한국행에는 이유가 있다. 거리가 가깝고 미국·유럽보다 학비가 싼데다 문화적 차이가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갈등’도 있다. 성균관대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중국 학생들이 (중국 식으로)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가거나 기름진 요리를 많이 해 먹는다.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고용주도 있다. 한 유학생은 “편의점 사장님이 (현금) 액수가 맞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해 중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한달 동안 일하고도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는 ‘편의점 블랙리스트’도 돌고 있다.
함께 공부하는 한국 대학생들은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세 학기 동안 중국인 유학생과 팀별 과제를 해봤다는 고려대 장아무개(23)씨는 “맡은 분량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규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보다 교환학생들이 특히 심한데, 내 학점과 직결되는 문제라 중국인 학생들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고 했다.
5년째 건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국인 쑨양훙 교수(역사학)는 “중국 학생들이 한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하는데 마음을 열어주지 않아 상처를 입은 경우가 많다. 색안경을 벗고 마음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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