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도시공원 조성이 긍정적 역할”
“도시공원 조성이 긍정적 역할”
노인들의 자살에 ‘전염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서울대 환경대학원 주유형씨가 쓴 도시계획학 박사학위 논문 ‘노인 자살의 시공간적 확산과 지역환경 요인 분석’을 보면, 노인 자살이 수도권·대도시에서 주변 지역으로 이동·확산하는 전염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주씨는 2003~2012년 전국 232개 시·군·구의 분기별 노인 자살자 분포를 지도로 만들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자살은 지난 10년 동안 65살 이상 고령 인구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주씨의 분석을 보면, 2003년에는 노인 자살자 상당수가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이듬해인 2004년에도 대도시 주변에 노인 자살자가 밀집했지만, 충남·전북·경남 지역에도 새로운 ‘자살자 집단’이 생겨났다. 2006년에는 경기 남부에서 충북·강원·경북 등 동남 방향으로 자살자가 늘었고, 2008년엔 전남 지역, 2010년엔 거의 전국에서 이런 집단이 발생했다.
특히 주변 지역의 노인 자살자가 많은 경우 다음 분기에 해당 지역에서 자살자가 늘어나는 확률이 0.7(1점 만점)로 높게 나왔다. 반대로 주변 지역 자살자가 적다면 다음 분기에 이 지역 자살자가 증가할 확률은 0.4로 줄었다.
주씨는 논문에서 “노인 자살은 초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변 지역에서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노인 자살에 미치는 지역환경 요인의 하나로 경제력과 도시공원의 존재를 꼽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을수록 노인 자살률이 높았지만, 노인들에게 정신적 재충전 기회를 주는 도시공원의 존재는 일정 부분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면 경로당 같은 노인 여가시설이 노인들의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삶에 활력을 주지만, 반대로 우울증 같은 부정적 감정이 전파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논문은 짚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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