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고발된 조현아(40)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1일 관련 자료와 기록 등이 있는 대한항공 본사 등 두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국토교통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12일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입장을 바꿨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11일 오후 2시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에 있는 이 회사 출장사무소 등 두 군데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두 곳에서 이번 ‘땅콩 회항’과 관련한 자료와 기록, 매뉴얼 등 관련 규정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신속히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무장과 스튜어디스, 기장 등 승무원과 승객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6시께 자료를 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3시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 전 부사장은 1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국토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나중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뒤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는 국토부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직접조사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데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광희 국토부 운항안전과장은 “(조씨가 나오면) 사무장 등에게 고성이나 욕설을 했는지,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한 경위,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경위 등을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서울사무실 건물 안에 있는 항공안전감독관실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일 조사팀을 구성해 그동안 기장, 사무장, 객실 승무원 등 10명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국토부는 사건이 일어난 1등석에 있던 탑승객 1명과 1등석 바로 뒤 일반석 승객 등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고성이 있었느냐에 대해 승무원 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탑승객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항공사에 승객 명단과 연락처를 요청했으나, 대한항공에서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여객기는 뉴욕 제이에프케이(JFK)공항 출발이 예정보다 16분 늦어졌으며, 인천공항 도착은 11분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규남 김미영, 세종/김규원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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