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12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국토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항공안전감독관실로 출두하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의한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조사 행태를 반복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이광희 운항안전과장은 “8일 해당 항공기의 박창진 사무장을 불러 조사할 때 대한항공의 한 임원이 19분 동안 동석했다. 조사관들과 박 사무장이 서로 인사하고 기본적 사항을 확인한 뒤 본격 조사를 시작한 뒤에도 그 임원이 함께 있었다. 나중에 조사관들이 그 임원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해 그 임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의 임원과 함께 앉아서 조사를 받았다면 5일 램프 복귀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무장이 나중에 <한국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당시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이 잘못한 일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박 사무장을 회유,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국토부는 16일 오전 브리핑 때까지는 “8일 조사 때 대한항공 임원들이 박 사무장과 동행했으나, 조사할 때는 박 사무장 혼자만 있었다”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국토부는 8일 조사를 위해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부를 때도 대한항공을 통해 이들에게 연락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국토부의 항공안전감독관 16명 가운데 14명이 대한항공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이들 가운데 2명이 이번에 조사에 참여했다는 점도 박 사무장과 다른 승무원들에게 심각한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박 사무장에게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조사는)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국토부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토부는 또 16일 브리핑 때까지도 “대한항공이 결정적인 목격자인 1등석 승객과 다른 승객들의 명단과 연락번호를 넘겨주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한겨레> 확인 결과, 대한항공은 이미 15일에 이메일을 이용해 국토부의 한 조사관에게 1등석 승객을 포함한 14명의 승객 명단과 연락번호를 보낸 상태였다. 대한항공이 승객 명단을 넘겨주지 않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해명해온 국토부가 정작 명단을 받은 뒤에는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의 조사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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