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사투리보존회 조남환 회장
조선시대 선조 임금은 왜 율곡 이이 선생의 ‘십만양병설’을 무시했을까?
강원 강릉사투리보존회(회장 조남환)는 강릉 출신 율곡 이이 선생이 선조 임금에게 십만양병설을 간언한 내용을 사투리로 재미있게 엮은 ‘강릉사투리 손수건’을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손수건에는 선조 임금이 율곡 선생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설정이 담겨있다.
손수건에 인쇄된 내용을 보면, 율곡 선생이 ““자들이 시방(지금) 때거리로 몰래다니미(몰려다니며) 쇠꼽(쇠)으 짜들고(두두리고) 발코서(펴서) 지다마한(긴) 조총이라는 거르 맹그는데(만드는데) 궁기가(구멍이) 두겐기(두개인데) 한 개는 눈까리(눈)에 대고 젼조서(조준해서) 손가락으 까딱하믄 큰느므(큰) 궁기서는 배락으치미(벼락소리를 내며)...우리도 장쟁이르(젊은 군인을) 십만으 키워야되요”라고 사투리로 십만양병설을 간언하는 내용이 해설과 함께 담겨있다.
율곡 선생의 사투리에 선조 임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으니 표준말인 서울말로 해보시오”라고 말했자, 율곡 선생은 “싫어요. 서울말이 을메나(얼마나) 어려운데요. 난 강릉사람이게 띠문에 강릉 말으(말을) 끝까지 할끼래요”라고 재미있게 응답했다.
강릉사투리 손수건은 율곡 선생과 어머니 신사임당이 태어난 집이자 강릉의 대표적 관광지인 ‘오죽헌’의 기념품 판매장에서 1장에 8000원에 판매된다. 조남환 회장은 “강릉을 떠올릴 수 있는 관광상품을 고민하다 율곡 선생의 십만양병설을 재미있게 사투리로 풀어낸 손수건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릉사투리 보존회는 1994년 만들어졌으며, 그동안 강릉단오제 때 강릉 사투리 대회를 여는가 하면 사투리 시집, 사투리 음반 제작, 사투리 시화전 개최 등 강릉 사투리 보전에 힘쓰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강릉사투리 십만양병설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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