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
조응천 연관성-단독범행
검찰 두갈래 의심
조응천 연관성-단독범행
검찰 두갈래 의심
18일 검찰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이 이른바 ‘박지만 미행 보고서’도 조작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박 경정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 경정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세력 다툼을 벌이던 그가 정씨와 갈등관계에 있는 박지만 이지(EG) 회장을 끌어들여 문고리 3인방과 권력 다툼을 벌이려고 ‘정윤회 문건’ 사태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 계급의 청와대 행정관이 미행설을 꾸며 대통령 동생에게 보고하고, 실체도 없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공식라인에 보고한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거나, 아니면 윗선 또는 뒷선의 ‘지시’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박 경정은 지난 16일 <채널에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밀을 지키고 있는 데 대한 회의감이 든다. 요즘은 점점 이게(비밀을 지키는 일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마치 본인이 혼자 한 일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경정의 단독범행 가능성도 접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이 꾸민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사람들이 주목해서 보니까 본인이 굉장히 큰 인물이 됐다는 희열을 느낀 것 같다. 조 전 비서관이 속았는지, 가담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경정이 미행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나는 박지만 회장 측근이 아니라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그분 주위를 감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점이 계속 드러나면서 ‘서울청 정보1분실 소속 경찰관들(최 경위, 한 경위)이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청와대 문건 유출자’라는 검찰의 애초 잠정 결론도 흔들리고 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박 경정은 혼자 또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허위로 미행 보고서와 정윤회 문건을 꾸며내 이를 유통시킨 셈이 된다. 실제로 박 경정은 ‘박지만 미행 보고서’를 박 회장 쪽에 전달했다. 그러나 현재 검찰의 잠정 결론은 유독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만 박 경정이 유통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 관계자는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람에 정윤회 문건 유출 경로는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문건을 반출한 지 9개월여가 지나서야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