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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법학계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편견에 따라 ‘인상 재판’”

등록 2014-12-19 21:19수정 2014-12-19 22:29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 선고에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는 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주심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 오른쪽은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 선고에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는 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주심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 오른쪽은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 법리 비판 쏟아져
“학생들한테 뭐라고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헌법학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구체적인 위험성’에 대한 입증 없이 논리적 비약을 통해 무리한 결정을 했다며, 다양성이 사라진 한국 사회의 퇴행과 정치·사회적 혼란을 우려했다.

김종서 배재대 법대 교수는 “이석기 의원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인데다, 항소심에서는 내란선동이 인정됐을 뿐 내란음모는 인정되지 않았다”며 “이 의원의 활동을 문제삼으려면 아르오(RO·혁명조직)의 활동이 확인돼야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 검찰도 입증하지 못한 사안을 헌재가 직권조사해 판단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도 “진보당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진보당의 주축이라는 ‘자주파’가 현재 당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사실조사와 증거에 기초한 증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편견에 따라 일종의 ‘인상재판’을 했다”고 평가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정당해산까지 할 사안인지를 두고도 학자들은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해야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헌재가 아르오 사건 수사기록 등을 봤겠지만, 이 중 어떤 부분에서 구체적인 위험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통합진보당이 전면적으로 무장투쟁과 공산주의 혁명을 내걸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실질적 해악’과 ‘구체적 위험성’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해 정당해산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헌재 판단 논리 비약”
‘북한식 사회주의’와 연관성
증거에 기초한 증명 없어

“정당해산까지 할 사안인가”
‘실질적 해악’ ‘구체적 위험성’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

“압도적 결과로 사회적 혼란”
헌정사 엄청나게 퇴행시켜
10만당원 모두 처벌할건가

‘8 대 1’이라는 압도적 결과에 허탈해하면서, 이번 결정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상희 교수는 “헌정사를 엄청나게 퇴행시킨 결정이다. 6월항쟁의 민주화 의지는 국가나 제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민병로 교수는 “진보당이 위헌정당이 되면서 진보당을 지지하는 10만 당원들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보수-진보의 갈등관계가 조장되고, (신행정수도 이전 관련) ‘관습헌법’ 결정처럼 헌재가 신뢰를 잃고 존립 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생각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향후 유사·대체 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또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학자도 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의 활동에 간부의 언동이나 하부조직의 활동도 포함되는 만큼, 체제 전복적인 사고와 폭력 행사를 통한 정치체제 수립을 얘기한 이석기 의원의 언동은 진보당의 활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김이수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법리상 착오를 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론 과정에서 정부 쪽 참고인으로 진술하기도 했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활동의 범위·한계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론 민주주의를 부정·파괴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확립해준 결정”이라며 “진보당에 대한 결정인 만큼 진보진영이나 야권에 대한 억압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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