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든든했던 맏아들 준우에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준우에게.
힘들었던 올 한해가 지나가고 있지만, 지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날들을 어찌할까. 새해가 다가와도 네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너는 아직도 머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엄마의 마음은 4월16일에 멈춰 버렸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는 남자 아이라서 사랑한다는 표현도 서툴렀고, 감정도 크게 앞세우지 않았지. 오히려 너는 감정표현이 솔직한 엄마가 힘들어하면 살며시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줬지. “괜찮을 거예요. 든든한 엄마의 아들이 있는데 앞으로 힘들어하지 마세요.” 늦은 밤 공부하느라 지쳐 있어도 불켜진 엄마방을 보면서 “먼저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공부하고 잘게요. 직장 다니는 엄마가 나보다 힘들잖아요”라며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던 모습들…. 엄마는 너를 지켜주고 싶었고, 준우도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다녀왔다”며 씨익 웃고 들어오던 너의 모습에 하루가 행복했다. 그런 너를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아들이 멋져요? 그렇게 좋아요?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며 잠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지. 네가 “엄마의 아들이라서 기쁘다”고 했던 말이 오늘도 귓가에 맴도는구나. 준우가 남겨준 소중한 시간을 간직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준우가 지금 이 자리에 없어도 너와 쌓은 추억들로 오늘을 견디고 있어.
아빠는 준우를 사랑했지만 제대로 많이 표현해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고 가슴에 한이 맺혀 있어. 아빠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니? 네가 아들이어서, 우리 가족이어서 고맙다. 앞으로 너를 만나는 날까지 엄마는 너의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련다.
엄마 아들 준우야, 사랑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