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공무원 꿈꾸던 동영에게
동영아, 엄마야.
우리 아들 잘 지내고 있지? 여기는 눈이 많이 오네. 네가 있는 하늘나라에서도 눈이 올까? 궁금하다. 작년 겨울 눈 온다고 친구들이랑 썰매 타러 갔던 거 기억나? 엄마는 생각나는데…. 가슴이 아프다.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을 데리고 엄마가 하는 분식집에 몰려오곤 했었지. 이것저것 집어 먹었지만, 바쁠 때는 설거지도 해주며 엄마를 도와줬던 착한 아들이었는데…. 돈을 번다고 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것 같아 미안해.
가엾은 내 새끼. 엄마가 정말 제대로 해준 게 없어 정말 미안해. 그래도 엄마가 사랑한다고 얘기하면 들어줄 거지? 정말 보고 싶고 사랑한다.
한번이라도 동영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너무 미안하다. 엄마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데도 배도 고파지고 잠도 자게 되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인인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네.
9월25일 네가 엄마 꿈에 나타났었지. “엄마 나 장가보내줘”라고 하더라. 얼마나 억울했으면 꿈에 나와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한 일들이 많기를 바래.
동영아, 엄마 잊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야 해, 알았지?
내 아들, 이 밤도 잘 자고 엄마 또 편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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