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자료사진
기사징계 뒤엔 서울시의 평가 무리한 평가…
서울시, 성적따라 지원금 차등지급
지정 한도보다 임금 더 준 회사는
인건비 집행률 점수 낮아져 불이익
차 밀리는데 배차간격 못지켰다고
서울시, 성적따라 지원금 차등지급
지정 한도보다 임금 더 준 회사는
인건비 집행률 점수 낮아져 불이익
차 밀리는데 배차간격 못지켰다고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ㅅ사는 지난 10월 승객 없는 정류장을 그냥 통과했다며 10여년 경력의 기사 김아무개(55)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시내버스 친절왕’으로도 뽑혔던 김씨는 업무가 한달간 정지됐고, 다음달 월급도 없었다. 그는 30일 “종점 10m 전 정류장은 승객이 없으면 보통 그냥 지나친다. 갑자기 왜 이런 무거운 징계를 하냐고 했더니 회사는 ‘재량권’이라더라”고 했다. 김씨와 동료들은 이 회사 버스기사 400명 중 100명 넘는 이가 올해 징계위에 회부됐다고 했다.
출근시간대 ‘배차 간격’을 문제 삼아 기사 월급을 절반으로 깎은 회사도 있다. 14년째 버스를 운행한 김아무개(60)씨는 “회사에서 배차 간격을 못 지켰다며 시말서를 쓰라기에 못 쓰겠다고 했더니 배차를 하루 빼버렸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회사가 정한 만근 일수를 못 채워 무사고수당·주휴수당·상여금이 없어지면서 월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는 이 문제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해 이겼지만, 사쪽의 압박을 못 견뎌 결국 퇴사했다.
어이없는 징계 사례가 늘자 버스기사들 사이에선 “시내버스 회사들이 서울시에서 ‘성과이윤’을 받으려고 무리하게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예산으로 버스회사의 운영적자를 보전해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버스회사 평가 항목 가운데 기사들 임금을 시가 정한 한도 안에서 지급하는지를 보는 ‘인건비 집행률’ 항목을 회사가 악용한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서울시 버스회사별 인건비 집행률’을 보면, 시가 지정한 한도보다 버스기사의 인건비를 더 지급한 회사는 인건비 집행률 항목에서 모두 ‘0점’을 받았다.
ㅂ사 버스기사인 신동원(47)씨는 “제도 도입 후 조금씩 그런 일들이 늘었다. 이전엔 노인 승객이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만근을 깨지 않았는데, 이젠 요금 정산액이 1150원 차이 난다고 징계위에 올리는 일도 있다. 회사가 인건비를 무리하게 줄여서 성과이윤을 타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244억원을 지급하는 등 해마다 버스회사별로 점수에 따라 성과이윤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총점 2000점 중 ‘인건비 집행률’은 30점에 불과하지만, 평가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게 기사들 주장이다. 김진태(45) 공공운수노조버스협의회 부의장은 “신차 구입이나 서비스 평가 등 다른 평가항목들은 회사에서 재량으로 조절하기 쉽지 않다. 인건비나 교통사고율 항목의 몇 점이 사실상 등수를 좌우한다”고 했다.
윤미숙 서울시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버스회사들이 운전직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항목을 설정해 평가하고 있지만, 개별 회사가 인건비 책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까지 시가 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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