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한겨레가 선정한 2014 ‘화제의 사회 짤방’ 10선
2014년 한국 사회의 키워드는 ‘무력감’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수몰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참사 이후 참사를 대하는 한국 사회는 더 끔찍했습니다. 세월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은 점점 논리가 사라지고 폭력과 배제의 목소리만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를 한눈에 ‘짤방’으로 정리해봤습니다.
[01. 당신의 ‘열정 페이’는 얼마인가요?]
지난 4월 ‘열정 페이 계산법’이라는 제목의 짤방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열정 페이 계산법이란 일부 직종에서 사회적인 상식에 반하는 노동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상사와 고용주들이 만든 이상한 임금 계산법입니다. 당연히 근로기준법에 위반됩니다.
[02. 홍명보의 아이들]
5월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뒤 누리꾼들이 선수 구성에 대해 각종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엔트으~리’라는 신조어도 탄생했지요. 남성 잡지 <맥심> 표지는 애초 배우 김보성씨였는데, 누리꾼들은 홍명보 감독의 얼굴을 합성했습니다. ‘내 새끼들 데리고 사상 첫 원정 8강 간다! 으리!’라고 적혀 있어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03. 노인과 저격수]
6월23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마을에서 육군 저격수가 인근 야산에서 대치중인 무장 탈영병 임아무개 병장을 조준하는 사진이 촬영됐습니다. 긴장감 뒤로 여유로운 듯 앉아 있는 할머니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저격수가 탈영병을 조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옆에 있는 저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아닌가요. 그래서 이 사진이 보도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선 “한국 사회의 현재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04. 김정은도 좋아하는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은 감자칩 시장에서 오리온과 농심에 밀려 고전을 하던 해태제과가 8월초 내 놓은 스낵입니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 과자는 품귀현상을 빚었고 중고카페에선 웃돈을 얹어 되팔겠다는 사람도 나왔는데요. 손에 넣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보니 꿀·감자 등을 구입해 ‘만들어 먹는’ 소비자가 나올 정도입니다.
[05. 교황과 노랑 리본]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노랑 리본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귀국 길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06. 유민아빠와 이효리]
8월21일 가수 이효리(@frog799)씨가 트위터에 “울지 말아요 아빠”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림 한 장을 올렸습니다. 그림에는 한 남성을 꼭 끌어안고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고 김유민양과 아버지 김영오씨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07. 무릎 꿇었던 창현아빠]
10월2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앞에서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빌던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인 ‘창현아빠’ 이남석씨였습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참 미웠지만 내가 힘없는 아빠니까, 자식 죽은 이유도 밝히지 못하는 무능한 아빠니까 무릎을 꿇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08. 출입금지]
12월5일 서울의 신사동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의 출입금지 공고문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돼 화제가 됐습니다. 사진을 보면 ‘출입금지. 개와 고양이 그리고 OOO아파트 주민-미친주방장’이라는 메모가 적혔습니다. 이 문구는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에서 벌어진 ‘경비원 분신 및 전원 해고 통보’ 사건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09.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여섯 번째 겨울]
파업으로 극심한 노사대립을 거친 ‘쌍용차’는 최종적으로 165명이 정리해고됐습니다. 이 가운데 153명이 2010년 11월11일 해고 무효소송을 냈습니다. 2월7일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 무효’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11월13일 대법원은 원고들이 승소했던 원심을 파기해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12월13일 해고 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 있는 70m 높이 굴뚝에 올라 벼랑 끝 선택으로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 “이 비행기 못 띄워, 내려!”]
12월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발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벌어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한국 사회의 후진적 재벌 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줬습니다. 누리꾼들이 재치 있게 표현한 패러디물이 연일 쏟아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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