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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하명 수사’의 예고된 실패…망신 자초한 검찰

등록 2014-12-31 20:02수정 2014-12-31 22:08

31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1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응천 체포영장 기각 나흘만에
사전구속영장 청구했다 또 기각
무리하게 강행하다 ‘헛발질’ 계속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사전구속영장이 31일 새벽 기각되면서, 국정 농단 의혹 규명에는 소홀한 채 조 전 비서관 처벌에 몰두하던 검찰이 큰 낭패를 봤다. 청와대 ‘하명 수사’의 예고된 실패라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더욱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체포영장도 기각된 것으로 드러나, 무리한 영장 청구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증폭된다.

법원은 조 전 비서관의 혐의가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교적 분명히 짚었다.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범죄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수사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건 유출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네 명의 구속영장 중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의 것만 발부된 게 됐다. 이들 중 최아무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경위는 영장 기각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지방 법원의 한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도 부족하고, 혐의도 무겁지 않고, 증거가 딱 떨어지지도 않을 때, 그러니까 영장 기재 범죄사실이 두루 모자랄 때 그런 기각 사유를 든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 조 전 비서관의 부하였던 박 경정의 진술을 주요 근거로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청와대의 ‘의중’을 거스르기 어려운 박 회장이나 구속 상태에서 ‘수사 협조’ 압박을 느낄 수 있는 박 경정 진술에 크게 무게를 두기 어렵다는 얘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을 박 회장한테 전달했다는 혐의는 소명됐다.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것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는 범죄이고,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범죄의 중요성 판단이 법원과 다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만간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1월에 박 경정을 대동하고 박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며, 그가 ‘정윤회 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을 지속적으로 넘겼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 쪽은 “부속 서류를 제외한 보고서를 전달한 적 없고, 박 회장을 만난 것은 대통령 측근 관리 차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 처벌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23일에는 체포영장도 청구했다. 이날은 박 회장을 재소환한 때다. 검찰은 박 회장한테서 ‘조 전 비서관이 내 동향과 관련한 내용을 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곧장 체포영장을 청구해 조 전 비서관을 문건 유출 ‘주범’으로 굳히려고 한 셈이다.

애초 검찰은 체포영장을 받아놨다가 그를 재소환한 26일 곧바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 그를 구속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일단 귀가시킨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볼 수 있다. 사전구속영장은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불과 나흘 뒤인 27일에 청구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를 상대로 며칠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해가 바뀌기 전에 그를 구속해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했던 셈이다.

잇따라 영장이 기각될 ‘위험’을 떠안은 배경으로는 청와대가 지목된다. 검찰 안에서도 법리 적용의 난점을 들어 구속영장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다 거듭된 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겼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가 수사에 깊숙이 개입한 순간 검찰이 한쪽 편에 선 것으로 설정됐다. 이 상황에서 법원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현웅 정환봉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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