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여 짓고, 돈 들여 헐겠다는 평창올림픽 경기장
“올림픽 적자는 남자의 임신” 드라포의 허세 떠올라
“올림픽 적자는 남자의 임신” 드라포의 허세 떠올라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없듯이 몬트리올 올림픽은 적자를 볼 수 없다.”
캐나다 몬트리올이 1976년 올림픽 개최 도시에 선정되자 장 드라포 몬트리올 시장은 당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캐나다 일간지 <라프레스>는 임신한 드라포 시장의 모습을 그린 만화를 실었다. 흑자 대회를 자신했으나 실패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몬트리올은 15억달러를 올림픽 준비에 투자했지만, 적자가 12억2800만달러였다. 결국 몬트리올은 2006년까지 30년간 특별세까지 거둬 빚을 갚아야 했다.
몬트리올뿐 아니라 2010년 겨울올림픽을 치른 캐나다 밴쿠버는 빚 5조원을 떠안았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는 적자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라는 중앙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등 새 경기장 짓기에 예산을 쏟아부은 인천시는 경기장을 유지보수·관리하는 데만 연간 212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2월9일부터 17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제23회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현재까지 평창올림픽에 들어가기로 확정된 예산만 11조4311억원이다. ‘평창올림픽 그 이후’ 강원도의 모습은 어떨까?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은 대회 개최 1년 전까지 결정되면 된다. 사후활용 방안이 결정되면 빚 걱정 없다.”
지난달 10일 겨울올림픽 관련 강원도 재정 상황을 걱정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문순 강원지사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대회가 끝난 뒤 그는 드라포 시장과 달리 시사만화가의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최 지사가 호언장담하는 ‘강원도의 미래’를 살펴봤다.
최문순 “빚 걱정 없다” “철거하면 된다”
강원도 재정 걱정 여론에 ‘호언장담’ 6시간짜리 개폐회식장 860억 건설
신축 7곳 중 활용방안 1곳만 결정
철거 땐 약 4천억원 소요 예정
‘재정자립도 하위’ 강원 파산 우려
“신축 최소화로 비용 줄여야” 지적 ■ 새 경기장 6개 중 1곳만 사후활용 방안 마련 강원도가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13개다. 이 가운데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점프대와 보광휘닉스파크의 스노보드 경기장 등 7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문제는 새로 짓는 6개의 경기장이다. 활강경기장과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와 루지 등 썰매 종목),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빙상경기장(피겨·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남녀 경기장 등이다. 전체 사업비(국비 75%+지방비 25%)만 6694억원이다. 하지만 신설 경기장 6곳 가운데 사후활용 방안이 마련된 곳은 아이스하키 2경기장(여자) 1곳뿐이다. 가톨릭관동대 안에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경기장을 지어주고, 올림픽이 끝나면 대학 쪽이 학교체육관 등으로 활용하며 관리를 책임지는 식이다. 1361억원 규모의 빙상경기장은 관리·운영 주체만 윤곽이 나온 상태다. 강릉시가 대회가 끝난 뒤 시민체육시설로 바꿔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장 운영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대회가 끝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가장 민감한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강릉시가 전부 책임을 지든, 강원도가 일부 운영비를 분담하든 결국 강원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재원으로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운영 경비를 충당해야 할 상황이다. 강원도와 강릉시의 재정자립도는 2014년 현재 22.2%와 17.4% 수준이고, 강원도가 한해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4713억원의 세금이 투자되는 나머지 4개 경기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올림픽을 유치한 뒤 3년이 지났지만 이들 경기장의 사후활용 방안은 여전히 ‘미정’이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워터파크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중앙정부가 ‘경제성이 떨어지니 차라리 철거하라’며 말리는 상황이다.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해마다 수백억원의 경기장 운영 경비를 강원도가 부담해야 한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경기장 설계 때부터 완벽한 사후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그것에 맞춰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지금은 올림픽 일정에 쫓겨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강원도 해법은 ‘안 되면 철거?’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으면 헐어버리겠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해법이다. 과연 ‘안 되면 철거’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철거하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운영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철거 비용은 얼마나 들까? 강원도의 ‘평창올림픽 사후활용방안 용역 보고서’를 보면, 중봉 활강경기장 한 곳을 철거하는 데만 건설비(1095억원)에 맞먹는 101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봉 활강경기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후활용 방안을 못 찾은 4개 경기장과 개·폐회식장(5572억원 규모)을 철거한다고 가정하면, 어림잡아 5000억원 규모의 철거비가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과 개·폐회식장을 17일간의 대회가 끝난 뒤 사후활용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수천억원의 철거비를 들여 헐어버리는 셈이다. 문제는 대회가 끝난 뒤 5000억원 규모의 철거비를 누가 내느냐다. 경기장 건설은 겨울올림픽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75% 이상을 부담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철거와 생태복원 등에 관한 예산은 특별법에 언급이 없다. 각종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끝난 뒤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나 몰라라’ 했던 사례를 미뤄 짐작해 보면, 결국 강원도 혼자 철거비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가 개·폐회식장을 뺀 6개 경기장 건설에 내는 지방비 규모는 1323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원도는 벌써부터 돈이 없다고 올해에만 지방채 1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참이다. 여기에 사후활용 방안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4000억원 규모의 철거비 등을 떠안게 돼 ‘제2의 알펜시아’ 또는 ‘강원도 파산’ 우려까지 나온다. 강원도는 지금도 5800억원(2014년 말)의 부채를 갖고 있다. 강원도민들은 이미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009년 평창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1조4000억원을 들여 알펜시아 리조트를 건설했지만, 분양 저조로 1조원에 이르는 빚을 짊어지고 있다. 하루 이자로만 1억원가량이 나가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흑자 올림픽은 소치 등 역대 겨울올림픽 적자와 수천억원에 이르는 강원도의 지방채 발행에서 보듯 허망한 목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철거비 폭탄’까지 맞게 되면 올림픽이 끝난 뒤 사후관리 비용 때문에 수십년 동안 강원도는 신규 사업은 꿈도 못 꾸고, 사회복지 사업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6시간 개·폐회식에 859억원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로 한 애초 계획을 뒤집고 새로 짓기로 한 올림픽 개·폐회식장도 새로운 골칫거리다. 애초 강원도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한 유치신청서에는 160억원을 들여 알펜시아 내 스키점프대 관람석(1만석)을 5만석 규모로 늘려 개·폐회식장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장소가 비좁다’는 등의 지적을 했다며 2㎞ 정도 떨어진 곳에 859억원을 들여 4만석 규모의 개·폐회식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처음 계획에 견줘 예산이 5배 이상 늘었다.
예산 부담이 커지자 중앙정부가 나서 경제논리를 들어 개·폐회식 장소를 비교적 인구가 많은 강릉(약 22만명)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구 4000여명에 불과한 평창군 횡계리에 수백억원을 들여 개·폐회식장을 만들면 대회 뒤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결국 평창에 개·폐회식장을 새로 짓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6시간 남짓한 개·폐회식을 빼면 859억원짜리 건물의 활용 방안은 아직 없다. 수백억원을 들여 철거하거나 연간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문병용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명예교수는 “개·폐회식은 애초 계획대로 스키점프대에서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선 건축물 신축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본적으론 지자체의 메가 이벤트 유치 열풍은 국토의 불균형 개발 때문인데, 지역간 격차가 줄면 유치 열풍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강원도 재정 걱정 여론에 ‘호언장담’ 6시간짜리 개폐회식장 860억 건설
신축 7곳 중 활용방안 1곳만 결정
철거 땐 약 4천억원 소요 예정
‘재정자립도 하위’ 강원 파산 우려
“신축 최소화로 비용 줄여야” 지적 ■ 새 경기장 6개 중 1곳만 사후활용 방안 마련 강원도가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13개다. 이 가운데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점프대와 보광휘닉스파크의 스노보드 경기장 등 7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문제는 새로 짓는 6개의 경기장이다. 활강경기장과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와 루지 등 썰매 종목),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빙상경기장(피겨·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남녀 경기장 등이다. 전체 사업비(국비 75%+지방비 25%)만 6694억원이다. 하지만 신설 경기장 6곳 가운데 사후활용 방안이 마련된 곳은 아이스하키 2경기장(여자) 1곳뿐이다. 가톨릭관동대 안에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경기장을 지어주고, 올림픽이 끝나면 대학 쪽이 학교체육관 등으로 활용하며 관리를 책임지는 식이다. 1361억원 규모의 빙상경기장은 관리·운영 주체만 윤곽이 나온 상태다. 강릉시가 대회가 끝난 뒤 시민체육시설로 바꿔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장 운영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대회가 끝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가장 민감한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강릉시가 전부 책임을 지든, 강원도가 일부 운영비를 분담하든 결국 강원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재원으로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운영 경비를 충당해야 할 상황이다. 강원도와 강릉시의 재정자립도는 2014년 현재 22.2%와 17.4% 수준이고, 강원도가 한해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4713억원의 세금이 투자되는 나머지 4개 경기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올림픽을 유치한 뒤 3년이 지났지만 이들 경기장의 사후활용 방안은 여전히 ‘미정’이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워터파크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중앙정부가 ‘경제성이 떨어지니 차라리 철거하라’며 말리는 상황이다.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해마다 수백억원의 경기장 운영 경비를 강원도가 부담해야 한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경기장 설계 때부터 완벽한 사후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그것에 맞춰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지금은 올림픽 일정에 쫓겨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강원도 해법은 ‘안 되면 철거?’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으면 헐어버리겠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해법이다. 과연 ‘안 되면 철거’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철거하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운영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철거 비용은 얼마나 들까? 강원도의 ‘평창올림픽 사후활용방안 용역 보고서’를 보면, 중봉 활강경기장 한 곳을 철거하는 데만 건설비(1095억원)에 맞먹는 101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봉 활강경기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후활용 방안을 못 찾은 4개 경기장과 개·폐회식장(5572억원 규모)을 철거한다고 가정하면, 어림잡아 5000억원 규모의 철거비가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과 개·폐회식장을 17일간의 대회가 끝난 뒤 사후활용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수천억원의 철거비를 들여 헐어버리는 셈이다. 문제는 대회가 끝난 뒤 5000억원 규모의 철거비를 누가 내느냐다. 경기장 건설은 겨울올림픽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75% 이상을 부담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철거와 생태복원 등에 관한 예산은 특별법에 언급이 없다. 각종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끝난 뒤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나 몰라라’ 했던 사례를 미뤄 짐작해 보면, 결국 강원도 혼자 철거비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가 개·폐회식장을 뺀 6개 경기장 건설에 내는 지방비 규모는 1323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원도는 벌써부터 돈이 없다고 올해에만 지방채 1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참이다. 여기에 사후활용 방안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4000억원 규모의 철거비 등을 떠안게 돼 ‘제2의 알펜시아’ 또는 ‘강원도 파산’ 우려까지 나온다. 강원도는 지금도 5800억원(2014년 말)의 부채를 갖고 있다. 강원도민들은 이미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009년 평창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1조4000억원을 들여 알펜시아 리조트를 건설했지만, 분양 저조로 1조원에 이르는 빚을 짊어지고 있다. 하루 이자로만 1억원가량이 나가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흑자 올림픽은 소치 등 역대 겨울올림픽 적자와 수천억원에 이르는 강원도의 지방채 발행에서 보듯 허망한 목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철거비 폭탄’까지 맞게 되면 올림픽이 끝난 뒤 사후관리 비용 때문에 수십년 동안 강원도는 신규 사업은 꿈도 못 꾸고, 사회복지 사업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6시간 개·폐회식에 85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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