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치과의사 꿈꿨던 창헌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내 큰 아들 창헌이에게.
눈을 떠도 보고 싶고, 눈을 감아도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아들 창헌아. 고생만 시켰는데도 속한 번 안 썩히고 착하기만 했던 내 보물이자 듬직이인 맏아들. 표현이 서툴러서 무뚝뚝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사랑이 너무 많아 누구를 미워할 줄도 몰랐던 내 1번. 몸이 안 좋은 친구들 있으면 돌봐주던 착한 마음을 가진 내 아가. 그런 착하디 착하고 귀하디 귀한 너를 보내고 엄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
거리에는 온통 너와의 추억으로 가득해. 다 그대로인데 내 소중한 너만 없어서, 엄마는 숨을 쉴 수 없고 가슴이 죄여 들어와. 치과 의사가 돼서 결혼도 안 하고 엄마, 아빠 모시고 좋은 집과 차를 사주고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했었지. 보고 싶다. 만지고 싶고, 안아 보고 싶고, 엄마라고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간절히 듣고 싶어.
태어나 18년 동안 넌 우리에게 너무 큰 행복을 줬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 자체가 듬직했고, 넌 내 희망이자 내 전부였어. 그런데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엄마가 돼버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힘없는 엄마라서 미안해. 아무리 자격없는 엄마지만, 널 열 달이나 내 배에서 품고 18년간 떨어진 적 없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했구나. 엄마는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단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와 엄마랑 이야기하자. 창헌아, 꼭꼭 알았지?
네가 너무나 예뻐하고 사랑하는 동생 문환이도 하루하루 형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살고 있어. 엄마, 아빠도 모르는 너희만의 비밀도 많았다고 하더라. 근데 그 비밀 이제 혼자만 알아야 하니까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고 해. 그래도 하나하나 추억을 되새기며 기특하게도 잘 버텨주고 있지만, 요즘 들어 형이 너무 많이 생각나는지 네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힘들어하는 동생과 아빠라는 이유로 울지도 못하고 내색도 못하는 아빠에게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렴.
우리 가족은 늘 네 식구야. 우리 집 1번인 너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리 가슴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으니까, 서로 있는 곳에서 할 일 다 하고 다음 생에 다시 부모와 자식으로 꼭 만나자. 그 땐 아끼지 않고 사랑하며 오랫동안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그때까지 잊지 말고 기다려줘. 네가 있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늘 친구들과 선생님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사랑해. 많이 많이. 18년 전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넌 내게 1번이야. 엄마가 네 곁에 갈 때까지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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