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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학여행 전 손목 다쳐 안 보낼려고 했는데…너 없는 집 적응이 안돼

등록 2015-01-06 20:46수정 2015-01-06 22:16

잊지 않겠습니다
동물조련사 꿈꾸던 외동이 승현에게

나의 보석, 나의 희망이었던 내 아들 승현이에게.

승현아, 보고 싶구나. 수학여행 가던 날 아침 “잘 갔다 오라”고 안아준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엄마는 아직도 승현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아. 잠깐 나가 곧 돌아올 것만 같아. 그러면서도 곧 네 빈자리를 알게 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게 돼. 할 수만 있다면 4월15일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의 사랑, 내 똥강아지. 내 아들이 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평소 내 입에 밥이 안 들어가도 우리 아들을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었는데…. 수학여행 가기 이틀 전 손목을 다쳐서 깁스를 한 너를 보면서 보낼까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왜 보냈는지 후회를 하면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단다.

형제도 없이 혼자 크면서 너무 많이 외로워 보였고,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한 말도 생각이 나네. 혼자 외롭게 큰 것 같아. 엄마가 미안해.

기억나? 엄마는 너한테 항상 “우리 아들 없으면 못살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네가 없으니 난 점점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 아직도 엄마 하루 일상은 우리 아들 사진 보고 그리워하고 울고 또 우는 게 전부란다. 이대로 아들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네.

이래저래 미안해 아들. 부디 거기서는 외롭지 않고 행복하길 바래. 엄마가.


백승현군은

“엄마가 일이 많아서 그러는데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거 한번만 도와줄래?”

몇년 전 중학생이던 승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부탁했다. 이날부터 승현이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나 밤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병과 종이 등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모았다.

단원고 2학년 8반 백승현(17)군은 엄마가 이것저것 심부름을 많이 시켜도 볼멘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집안일도 자주 도와줬고,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어깨를 주물러줬다.

승현이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늘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착한 성품이었다. 키가 187㎝였고 동물을 좋아했던 승현이는 나중에 커서 모델이나 동물조련사가 되고 싶어했다.

맞벌이를 하던 엄마는 지난해 4월1일 조그마한 가게를 냈다. 외동인 승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보름 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승현이는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엄마는 5월6일 돌아온 아들의 오른손을 잡았다. 따뜻하기를 바랐지만 차가웠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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