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 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비정규 행진단이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쌍용차 정비소 앞을 출발해 닷새간의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11일까지 국회와 여야 당사, 대법원, 쌍용자동차 역삼사무소, 주한인도대사관 등을 거쳐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직원, 행진단 무단으로 촬영해
참가자들이 신분 확인 요구하자 ‘오마이뉴스’ 기자 행세
참가자들이 신분 확인 요구하자 ‘오마이뉴스’ 기자 행세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시작된 오체투지행진 현장에서 사복 경찰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해 불법채증을 하다 들통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고 사전에 신고된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무단으로 촬영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7일 오전 11시께 구로경찰서 정보과 직원 최아무개씨는 오체투지 행진을 동의없이 촬영하다가 현장에 있던 행진단과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적발됐다. 최씨는 서울 구로구 쌍용차 정비사업소에서 신도림역을 지나는 행진단을 따라 이동하며 DSLR카메라로 촬영하던 중이었다.
유투브 사이트에 ‘유성호’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애초 자신을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힌 최씨를 수상히 여기던 기자와 행진 참가자들이 “취재 기자가 누구인가”, “<오마이뉴스> 사장 이름이 뭔가” 등 거듭 되는 질문을 던졌지만, 최씨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권영국 변호사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최씨는 “제가 신분을 왜 밝혀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권 변호사가 계속 신분을 묻자 “오늘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기자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최씨에게 “당신이 공무원이라면 불법 채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채증은 동의가 있어야 하고 증거 수집은 아무 때나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행진 참가자들이 “아까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되묻자 “네”라고 했던 최씨가 다시 “아니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용철 구로경찰서 정보보안과장은 “경찰 정보과 직원은 채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정당한 치안 정보 수집을 위한 채증이었다”고 말한 뒤 최씨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행진단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구로경찰서가 보인 불법행위와 불법을 비호한 정보과장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면서 구로경찰서장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최씨의 무단 채증은 법 위반이다. 경찰청 예규 제472호(채증활동규칙)를 보면(▶ 관련 법규 : http://www.law.go.kr/admRulLsInfoP.do?admRulSeq=2000000021058), 채증은 각종 집회와 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행위자의 증거자료 확보를 위한 것이다. 또 채증활동은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 날 오체투지 행진은 사전에 신고가 됐고 경찰 안내 하에 진행됐다. 행진단은 “신고된 행진을 방관해 행진단을 위험에 빠뜨리고, 정보과 직원에게 기자를 사칭하도록 지시하여 불법채증을 시키는 것이 경찰의 임무인가”라며 “평화적인 행진에 불법적으로 잠입해 불법채증을 할 병력은 있지만 행진단의 안전을 위해 병력을 배치할 인원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행진단’은 이날 서울 구로구에 있는 쌍용차 정비사업소에서 출발해 8일 새누리당 당사를 거쳐 마지막 날인 11일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5일 동안 행진을 이어간다. 행진단은 행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함께 싸워야 할 과제”라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을 위한 사회적 연대 행진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행진에는 하얀색 민복을 입고 오체투지를 하는 40명과 몸자보를 입은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오체투지 행진(▶ 관련 기사 : 고공농성·단식…간접고용의 슬픔 알기에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670839.html)은 지난해 12월22일부터 5일간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가 청와대로 향했던 행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것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현장에서 무단으로 현장채증을 하던 구로경찰서 정보과 최아무개씨가 7일 오전 오체투지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최아무개씨는 참가자들이 신분확인 요청을 하자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사칭을 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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