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점심 때 막걸리 2병 마시고 청와대로
“술 마시고 3시간 뒤여서 음주 상태 아냐” 소송
법원 “고위 공무원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
“술 마시고 3시간 뒤여서 음주 상태 아냐” 소송
법원 “고위 공무원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
술을 마시고 청와대 회의에 지각한 관세청 고위공무원이 강등 처분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부 문준필)는 관세청 전 조사감시국장 심아무개(49)씨가 “강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관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심씨는 2013년 8월 청와대 사정기관 3차 회의에 관세청 실무자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심씨는 출발 전 대전 둔산동에 있는 한 횟집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 2병 정도를 마셨다. 오후 1시15분께 직원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오후 4시 회의에 30분 늦게 도착했다. 회의가 끝나고 대전으로 돌아가는 승용차 안에서 관세청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청장은 이중희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한테서 “회의에서 심씨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술 냄새가 나서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청장은 심씨에게 ‘술 먹고 회의에 참석했냐’고 물었지만 심씨는 ‘회의에 늦었지만 술은 안 마셨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 점심 자리에 동석한 직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허위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
심씨는 청와대 회의에 음주 상태로 지각하고 청장에게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을 받았다. 앞서 열린 청와대 사정기관 2차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도 부산에 출장을 내려간 김에 하루 더 술을 마시며 지내다 회의에 불참하고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유도 붙었다. 공무원 교육에 무단 결석하고, 부하 직원의 개인 승용차로 다섯 달 동안 출퇴근하면서도 교통비 18만원를 지급하지 않은 사유도 추가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징계위 의결에 따라 지난해 2월 심씨를 해임했다. 이에 불복한 심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해임이 강등 처분으로 바뀌는 데 그치자 소송을 냈다.
심씨는 재판에서 “술을 마신 지 3시간 뒤에 회의에 참석해 음주 상태로 회의에 참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가 지나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씨에 대한 징계 사유 가운데 업무 추진비 2865만여원을 사적으로 주선한 자리에서 쓴 점을 뺀 나머지 징계 사유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위 공무원으로서 성실·복종·청렴·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해 비위 정도가 중대하므로 심씨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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