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감시·감독 지위…배상 책임”
이사회 불참석 등 면책 사유 안돼
이사회 불참석 등 면책 사유 안돼
사외이사도 경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분식회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부에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는 사외이사이지만 법적 책임은 사내이사에 못지않다고 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정보기술업체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입은 69명이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윤아무개(55) 전 사외이사는 책임이 없다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코어비트는 2010년 15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 상장폐지됐다. 경영진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명 병원 원장이자 코어비트 최대주주였던 윤씨는 사외이사로서 허위 사업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3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투자자들은 윤씨 등 전·현직 이사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전 대표이사 박상백씨와 사내이사 2명, 윤씨가 모두 4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회계법인은 주의 의무를 다했다며 면책했다.
항소심은 윤씨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사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분식회계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판단되면 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자본시장법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윤씨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실질적 활동은 없었고,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무죄를 받았다”며 “윤씨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사업보고서의 허위 작성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는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들의 업무 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할 지위에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출근도 안 하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은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정일 뿐, 상당한 주의를 다했거나 주의를 다해도 분식회계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 있다는 사정은 아니다. 윤씨의 배상 책임을 부정한 원심은 자본시장법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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