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도시형 아파트 화재사고 피해 주민들이 인근 의정부3동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대피소에 모여 있다. 의정부/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당뇨약도 못 챙겨 나왔다” 눈물
“초기대처 실패 왜 시인않나” 항의
의정부 소방서장 답변 진땀
“당뇨약도 못 챙겨 나왔다” 눈물
“초기대처 실패 왜 시인않나” 항의
의정부 소방서장 답변 진땀
“초기 대처에 실패했다는 것을 왜 시인하지 않나?”
11일 낮 12시께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피해자들의 임시 거처로 사용 중인 경의초등학교 강당에서 화재 관련 상황을 설명하는 김석원 의정부 소방서장을 상대로 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 외에 2차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소방헬기를 띄운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소방당국의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처음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나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이미 불길은 잡혀 있었고, 윗층에만 불길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헬기가 도착하면서 바람이 불자 불길이 거세지면서 잔불을 정리하던 소방관들까지 피하는 상황이 됐고, 옆 건물로 불이 번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헬기를 이용한 인명구조는 화재 진압과 동시에 이뤄진다. 헬기로 인한 화재 확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또 화재 진압보다 인명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그날은 바람이 전혀 없었다”,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한다”는 등의 말을 쏟아내며 강하게 항의했다. 허아무개(41)씨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소방관을 투입했으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한경진(여·26)씨의 아버지(54)는 “도대체 (딸이) 어떻게 숨졌냐”고 물었지만, 김 서장은 “아직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대체 아는 게 뭐냐”고 몰아붙였다.
화재 사고 이후 주민들은 이곳 강당에 마련된 60여개의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최아무개(61)씨는 “당뇨약도 못 챙겨서 병원에 가서 다시 받아와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밤새 잠을 못 잤다는 그는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부시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응급 대책과 재난 구호, 화재 복구에 필요한 행정 지원과 특별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의정부시 차원에서는 1인당 최대 63만원, 6인 가족 기준 최대 154만원까지 생계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소방당국은 대봉그린아파트는 35억원, 드림타운은 11억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해뜨는마을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금액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의정부/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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