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북한에 밀입국했다가 한국으로 강제송환당한 마아무개(53)씨를 구속 수사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마씨는 대학 시절 김일성 항일투쟁사 등을 읽으며 북한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업에도 실패한 마씨는 2007년부터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다 2008년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했다. 미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마씨는 2010년 7월부터 “평소 백두산 명장 ‘김일성 장군’과 항일유격대원들을 높이 받들고 따르고자 한 사람입니다. 북한으로 망명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자세한 안내 부탁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유엔대표부에 다섯 차례 보냈다. 하지만 마씨는 전자우편을 유엔 한국대표부로 잘못 보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 답장을 기다리다 지친 마씨는 같은 해 9월13일 유엔 북한대표부를 직접 찾아가 밀입북을 시도했지만 “입국비자를 받으려면 대사관으로 찾아가라”는 답변만 들었다.
마씨는 미국에 체류 중이던 2010년 7월 북한의 대남 선전 누리집인 ‘우리민족끼리’에“백두산 명장 ‘김일성 장군’ 서거 16주기를 맞아서 삼가 추모합니다”, “백두산 명장 김일성 장군과 항일유격대원들이 <최후에 웃는 자>가 됐습니다. 2012년 <통일 조국> ONE KOREA 정부 수립을 진심으로 원합니다”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마씨는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한국으로 강제추방당했고, 유엔한국대표부로 잘못 보낸 전자우편 때문에 밀입북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마친 마씨는 또다시 밀입북을 시도해 결국 지난해 11월 중국 다롄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한 적십자회는 지난달 26일 “인도주의 견지에서 돌려보내기로 했다”며 마씨를 한국으로 강제송환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마씨는 곧바로 국가정보원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최근 마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밀입북을 동기와 강제송환시 북한의 지령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마씨를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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