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2014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0억 협박사건’과 관련해 2차 공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영화배우 이병헌(45)씨에게 50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의 공동공갈)로 구속 기소된 모델 이아무개(25)씨와 걸그룹 멤버 김아무개(21)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은영 부장판사는 15일 이씨에게 징역 1년2월,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이병헌씨의 이별 통보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복수심이 생겨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다는 경제적 곤궁 등 금전적 원인으로 계획적인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병헌씨의 명예를 훼손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회적 비난 등 상당한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둘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보면 연인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김씨는 지난해 7월 이씨 집에서 이병헌씨와 술을 마시다 성적인 농담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몰래 찍고 다음달 이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50억원을 받아내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혼자 사는 집으로 옮겼으면 좋겠다’며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는데 이병헌씨가 ‘그만 만나자’고 하자 김씨와 함께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병헌씨를 이씨 집으로 불러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해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하려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병헌씨가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병헌씨는 단순히 농담 수준의 말을 주고받았을 뿐이고 이성으로서 관심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횟수에 비춰 보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성적 관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했다. 또 “이병헌씨의 속마음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씨 집에서 노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을 하고 성적인 관계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씨는 “이병헌씨가 만나자고 하는데도 가족행사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만났고, 성관계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어 “(이병헌씨는) 유명인이자 유부남이면서도 나이가 훨씬 어린 이씨와 어울리며 과도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이성으로서 관심을 보이는 등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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