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기증을 통해 고통을 겪는 환우에게 생명을 선물하게 돼 기쁩니다.”
얼굴도 모르는 환우에게 신장기증을 하려고 21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인 제주도 택시운전사 이득만(59)씨가 20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난해 9월 생존시 신장기증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한 후 넉달만의 실천이다.
20년 전, 평소 위장이 좋지 않던 이씨는 비닐하우스 제작 업체에서 일을 하던 어느날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위에 천공이 생겨 동네 작은 병원들이 받아주지 않는 이씨를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을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마침내 입원시키고 수술비까지 마련해준 이들은 회사 사장과 동료들이었다. “가장 절박한 순간 받았던 도움으로 제 생명을 되찾게 되었죠. 그 후론 제가 받은 것처럼 저도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마음 먹었죠.” 이후 이씨는 1999년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2009년에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을 위한 정기후원자가 됐다. 또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발행한 초록리본 차량용 스티커를 부착하고, 장기기증 홍보물을 비치하는 등 승객들에게 ‘장기기증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수술대에 오르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씨는 “그동안 신장기증을 말로만 홍보해왔는데 실천한 경험담을 승객들에게 전할 수 있게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20대 두 딸들도 “생명을 나누는 것은 원래 아빠의 꿈이었고 희망이었잖아요”라며 이씨를 응원했다고 한다.
이씨의 신장을 이식 받게 된 이는 40대 여성 이아무개씨다. 신장염을 앓다 신혼여행을 다년온 직후인 지난 2003년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을 받으며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